李 정부-한국노총 밀월 끝?
"공공기관 구조조정 강행땐 지지·협력 철회" 한노총 연일 엄포성 발언… 노정갈등 가능성정부 '노사정 6자회담' 추진에 민노총 "참여 안해"
성행경
기자 saint@sed.co.kr
한국노총이 이명박(MB)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부문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지난해 대선 이후 유지돼온 양측간의 밀월관계에 상당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노총이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을 노ㆍ사ㆍ정간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정책연대 파기는 물론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엄포성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등 향후 노정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공공 부문 개혁문제가 관건=장대익 한노총 부위원장은 9일 전국공공노조연맹 주최로 열린 공공 부문 정책방향 제시 토론회에 참석, "정부가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공공 부문 개혁을 단행한다면 정책연대 파기는 물론 전체 조직을 총동원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정근 전국공공노조연맹 위원장도 "정책연대를 하니까 밀어붙이면 따라오고 이용해먹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오판"이라면서 "공공성을 담보하지 않는 공기업 구조조정안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노총은 또 이날 '최근 노동부 장관 발언의 문제점과 한국노총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현행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는 등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문제성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노총은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성명서를 내고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 및 공공 부문 구조조정 정책이 '친재벌 반노동'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일방주의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일방적인 구조조정 및 규제개혁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계와 충분하고도 진지한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현 정부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과 사상 초유의 정책협약을 맺은 한노총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데 이어 출신 간부들의 국회 진출, 장석춘 위원장의 대통령 방미 수행 등 MB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팽'우려감에 대한 선수(?)=이런 한노총이 최근 들어 MB정부에 각을 세우게 된 데는 공기업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자칫 정부에 이용만 당하고 '팽'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가 산하 공기업에 통보한 구조조정안에 기업분할과 대규모 인원감축 등 향후 산하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점도 한노총이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한노총은 일단 10일 열리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장 위원장이 참석해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총의 입장을 전달한 뒤 정부의 대응을 봐가며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한노총 지도부가 당장 정부와의 정책협약을 파기하거나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MB정부가 대규모 인원감축 등 공공 부문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할 경우 산하 노조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민노총 등과 연계한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사정 합의 모색되나=이런 가운데 정부가 노동계와의 협의를 위해 이르면 이달 내에 한노총과 민노총, 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 국회 환경노동위 등으로 구성된 '노사정 6자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민노총이 부정적 반응이어서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문숙 민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문제와 공공 부문 구조조정 등에서 이명박 정부가 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모를까 현 노동정책에서 변화가 없다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