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엔화가치 달러대비 13년만에 최고

美 車빅3 지원안 부결로 달러당 88.53엔까지 치솟아<br>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엔고현상 가속화<br>日 수출단가 올라 고전… 조만간 시장개입 할듯



일본 엔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정부는 엔 고에 따른 수출 감소 여파 등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우려, 200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개입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일 보다 1.8% 급등한 달러 당 91.21엔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88.53엔 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 당 88엔 대까지 치솟은 것은 지난 1995년 8월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지난해 6월 이후 40% 급등했다. 이날 엔화 가치가 급등한 직접적인 이유는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방안 부결 쇼크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금리가 낮은 엔화로 자금을 빌려 달러 표시 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엔화 수요가 급증하며 엔화 가치가 뛰게 된다. 엔화 가치 강세, 즉 '엔 고(高)' 현상은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일본 경제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경제를 일으켜 세운 자동차 산업 등 수출 기업이 글로벌 수요 급감에다 엔 고에 따른 수출단가 인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엔 고를 저지하기 위해 직접 외환시장에서 개입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금융상 겸 재무상은 현재로서는 시장개입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환율 추이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혀 시장의 충격이 커질 경우 시장개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 정부가 지난 200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자이신문은 다른 나라와 공조 체제가 아닌 단독으로라도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개입 방식은 미국 등 주요 국가와 공조할 공산이 크지 않으며 일본은행(BOJ) 등 통화 당국이 단독으로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10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엔화의 과도한 변동을 우려하고 있다"며 엔 고 현상을 견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미 외환시장에 경고 사인을 내보내며 구두 개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언제든지 단독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BOJ 내에서는 추가금리 인하도 또 다른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엔 고가 기업 수익을 한층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만큼 금융정책 결정회의 일부 위원들 간에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서는 지난 10월 말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3%로 낮춘 데다 이 달 초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대책도 발표된 만큼 당분간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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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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