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컴퓨터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중국 등 후발국가의 추격이 심해지고 있어 우리 경제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이 시급하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청와대 연두 업무보고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비중있게 보고한 내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통부 업무의 무게중심도 유ㆍ무선 통신에서 정보기기ㆍ반도체 등으로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장 산업 육성으로 5년후를 준비한다= 이날 업무보고의 핵심은 3세대 영상이동전화(IMT-2000) 서비스를 부분 연기하되, 지능형로봇ㆍ포스트PCㆍ반도체 등을 IT산업의 신(新)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점.
하지만 실제 신산업 육성등 이번 업무보고 내용 중 상당수가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 등 타 부처와의 협의 없이 나온 것들이어서 향후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IT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정책 수정도 주목할 부분. 무조건적인 벤처육성 정책에서 탈피, 옥석을 가리고, 경쟁력을 상실하면 퇴출 프로그램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벤처정책에도 철저하게 시장원리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범위 대폭 축소= 이번 업무보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예외규정을 최소화하는 등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업체별 보조금 차등지급 여부 등 정부 정책 자체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이번 지시로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며 “업체별 차등 지급 허용안은 철회하고 대리점 자체 보조금 지급 규정도 시행령ㆍ규칙에서 제외하는 등 허용범위를 대폭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보조금 차등지급 허용시기도 연기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또 그동안 일부 방송과 정통부 사이에 도입방식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디지털TV 방송 방식에 대해 “충분히 정리된 사안”으로 “소모적인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정통부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IMT-2000 도입일정 늦춰= 논란을 빚어왔던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도입 시기는 부분적으로 연기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일단 당초 계획대로 연내에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은 하되 나머지 지역으로의 확대는 추후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는게 정통부 방침이다.
그동안 차세대 이동통신 수요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대규모 신규투자가 어렵다는 통신사업자들의 의견과 기술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단말기ㆍ장비업계의 목소리를 절충한 셈이다.
정통부는 “IMT-2000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당초 기대의 20%에 그쳐 시장상황이 불투명하다”며 시장예측 실패에 따른 계획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인터넷 실명제 논란일 듯= 정통부 업무보고는 인터넷 역기능 해소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인터넷상의 인권침해가 2001년 196건에서 지난해 3,616건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2001년 254건이었던 스팸메일 신고피해는 1년사이 9만786건으로 늘어나는 등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현재 9개 정부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는 한편, 포털 등 민간부문에도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입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제기하는 시민단체와 가입자 축소 등을 우려하는 인터넷업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