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조세회피지역 투자자 급증

국내 증시 투자 3,000명 육박<br>지난해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13% 차지<br>이달에만 27억弗 역송금 "헤지펀드가 주도"<br>정부, 유·출입 불확실한 통계로 불안 가중


서브 프라임 부실 확산과 앤 캐리 청산 우려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주식시장에 투기성 자본으로 분류되는 조세회피지역(Tax Haven) 투자자가 3,00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본은 특성상 장기ㆍ가치 투자보다는 단기ㆍ투기적 거래를 주로 하는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우리 자본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의 증권투자자금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27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주식매각대금을 국내에 남겨놓지 않고 빼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달러 유출은 조세회피지역 자본이 주도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 키우는 헤지펀드=15일 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외국인 투자가 가운데 버뮤다ㆍ케이맨제도ㆍ버진아일랜드ㆍ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지역 투자가의 비중은 13.4%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4곳은 전세계적으로 세금 천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역으로 헤지펀드의 주된 활동 무대다. 세부적으로는 올 상반기 현재 외국인 투자가는 총 2만1,742명이며 이 가운데 케이맨 1,422명, 룩셈부르크 687명, 버뮤다 226명, 버진아일랜드 600여명 등 조세회피지역 4곳의 투자자는 총 2,935명에 달한다. 조세회피지역 투자자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 붐을 타고 대거 유입된 상태다. 실제 버뮤다 등 4개 지역 투자자는 2003년 1,558명에 불과 했으나 2005년 2,248명, 2006년 2,706명 등으로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전체 외국인 투자가에서 이들 투기성 투자자 비중도 2003년 10.2%에서 2005년에는 12.2%, 2006년에는 13.1% 등으로 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조세회피지역 자본의 위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체 외국인 매수ㆍ매도 물량(금액기준) 중 이들 4곳의 조세회피지역 비중이 2003년에는 13%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6월에는 금액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매수ㆍ매도 중 조세회피지역 비중이 20%선에 육박했다. 실제 2006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보유주식 시가총액 대비 국가 비중을 보면 1위 미국(47.7%), 2위 영국(11.2%)에 이어 3ㆍ4위가 룩셈부르크(6.6%), 케이맨제도(4.5%) 등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55억 달러 역송금, 한국 떠나나=증권투자자금 유출입 동향을 보면 6월부터 달러 유출 현상이 나타났고, 8월에는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달러 유출은 외국 자본이 들여온 달러(유입)보다 주식ㆍ채권을 팔아 환전(유출)해 한국을 떠나는 돈의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재경부 등 감독당국 자료에 의하면 1~6월까지 주식 배당금 지급이 몰린 3월을 제외하고는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외국자본이 한국에 들여온 돈이 환전해 나간 금액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6월 들어 순유출로 반전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순유출 규모가 6월에는 9억달러를 기록했으나 7월에는 19억 달러로 늘었다. 8월에도 1일부터 10일에만 27억8,000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 이미 6ㆍ7월 두달 간의 달러 역송금 규모에 육박한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달러 역송금을 헤지펀드가 주도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영증권의 분석에 의하면 6월부터 시작된 외국인들의 매도는 유럽계 투자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중 버뮤다ㆍ케이맨제도 등 투기성 투자자들의 경우 2,50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조세회피지역의 자본 유ㆍ출입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국적별 자금 유출입 규모는 금융감독원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이런 통계는 갖고 있지 않고 (조세회피지역 자본이) 문제가 불거지면 그 때 조사를 해서 알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엔 케리 자금이 조세회피지역을 경유, 한국에 대거 유입됐었다는 징후도 있다”며 “이들 단기성 투기자금의 경우 서브 프라임 부실 확산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속화되면 한국에서 급속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감독당국이 주의 깊게 이들의 동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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