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ㆍ하도급 등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변형근로 방식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되는 사례가 최근 늘면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비용증가에 따른 경영압박은 물론 불법파견을 둘러싼 노사갈등 고조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5일 노동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ㆍ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경우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노동부 성남지방노동사무소는 이날 하이닉스 도급업체인 현대휴먼플러스 근로자들의 진정으로 하이닉스 불법파견 문제를 조사한 결과 불법파견 사실이 적발돼 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동사무소는 “현대휴먼플러스 근로자 104명(청주 37명, 이천ㆍ영동ㆍ구미 67명)은 자재ㆍ비품 등을 하이닉스에서 빌려 사용하고 하이닉스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하이닉스측으로부터 작업지시를 받고 있어 완전한 수익성 도급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청주근무자에 대해서는 오는 19일까지, 이천ㆍ영동ㆍ구미 근무자에 대해서는 11월8일까지 개선계획서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앞서 지난 9월21일에는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울산ㆍ아산공장의 21개 하청업체 직원 중 대다수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하고 10월18일까지 개선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또 현대차의 114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1년 34개소에 그쳤던 사내하도급 불법파견에 대한 진정이 2002년 48개소, 2003년 57개소에서 올 상반기에만도 131개소로 크게 늘었다. 노동부가 진정이 들어온 기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시정계획서를 제출하고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정부의 불법파견 판정기준이 현실을 도외시한 기계적인 법 적용이라고 반발하지만 뾰쪽한 대응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는 사내 하도급의 불법성을 작업상 불가결한 요인인 근로자들이 같은 라인에서 근무하는지 여부와 작업지시 등을 기준으로 판정하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법을 어기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의 감독이 강화되면서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근로자의 처우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시정하는 계획을 제출, 이행해야 한다.
반면 노동부는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돼 불법파견에 대한 진정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파견제에 비해 비용 및 책임부담이 적은 불법 하도급 근로자를 사용하다 적발돼도 사후조치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어 불법파견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직대책과장은 “정부는 불법파견을 근절하기 위해 법을 어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3년 이하 징역으로 높이고 불법파견 적발시 해당 근로자의 직접고용 의무를 개정안에 담고 있다”며 “법 개정 이전에도 근로감독관 140명을 증원해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