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금융정책과 정족지세의 묘

예로부터 3은 조화와 균형을 의미하는 수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1이 고독ㆍ통일을 나타내고 2는 대립ㆍ갈등을 나타내는 데 반해 3은 안정적인 균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고대 단군신화의 세계관도 천지인(天地人)의 구조로 돼 있는데 환인은 하늘을 상징하고 환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이며 단군은 땅을 의미하는 바, 학자들은 이 천지인의 구조 역시 ‘완벽한 조화’를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3의 균형성을 설명하는 말로 정족지세(鼎足之勢)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삼국지를 보면 유비가 세 번을 간청한 끝에 제갈공명이 세상에 나와 유비에게 천하통일의 계책을 들려준다. 이른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로 유명한 이 계책은 형주와 익주를 기반으로 세를 넓히면 천하통일은 안되더라도 남쪽의 손권과 북쪽의 조조 사이에서 3자 균형을 이룰 수 있고 상황에 따라 통일의 대업도 이룰 수 있다는 전략이다. 정족지세는 삼국시대 위ㆍ촉ㆍ오 세 나라가 맞서는 형세를 솥발 세 개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비유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국내 금융산업도 세부적으로 여러 분야가 있지만 크게는 은행ㆍ증권ㆍ보험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국내 보험산업은 명색은 은행ㆍ증권과 함께 금융의 3대 축이지만 최근 은행업과 증권업이 급속히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소외감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 수년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형화와 종합금융화가 급속히 진전됐고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사실상 모든 제2금융권 업무를 취급함으로써 금융그룹화의 주역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추진으로 취급업무와 상품의 범위가 크게 늘어나고 시장 규모도 대폭 확대되는 등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도적ㆍ환경적 난제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보험산업은 정부의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해 개인의 실생활을 보장하고 시장에 안정적인 자금을 장기 공급하는 순기능을 하는 산업이다. 최근 급속히 진행되는 노령화나 의료비 고액화 등을 감안할 때 보험산업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보험산업은 이미 세계 7위권에 진입하는 등 국제적 경쟁기반을 갖춘 산업으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해외시장 확대 등 글로벌 전략산업으로서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 은행도 발전하고 증권도 성장하고 있다. 이제 보험 차례다. 열 손가락에 순서가 있다 하더라도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 금융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족지세의 묘’가 필요한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