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경련 기조실장 회의/재계 “해결사”(재계화제)

◎93년 ‘전문경영인 참여’ 취지서 출범/임원 임금동결·규제완화 등 “현안 척척”/보조회의체서 「리딩그룹」으로 탈바꿈주요그룹의 기획조정실장으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조실장회의가 재계를 대변하는 새로운 리딩(주도)그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회의를 보좌하는 실무급 회의체로 그동안 역할이 미미했던 기조실장회의는 지난달 30대그룹 임원의 임금동결을 결정함으로써 재계의 불황타개에 앞장선데 이어 지난달 29일 열렸던 정·재계 정책간담회에서는 신한국당 정책위윈회 의장단의 「카운터파트」로 재계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과거 같으면 오너회장단 외에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자리지만 이제는 재계의 굵직한 현안을 타결짓는 해결사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음지에서 일하되 양지를 향한다」는 말처럼 재벌총수들의 오른팔로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되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하는 등 미묘한 입장에 놓여있었던게 바로 기조실장의 자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음지」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양지」에서 일하는 필요한 존재로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도 이제 회장을 보필하는 숨겨진 자리가 아니라 소그룹제로 재편성된 계열사의 업무전반을 조정하고 그룹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이렇듯 기조실장회의는 전경련내에서도 그동안 회장단회의가 처리하기 껄끄러운 문제를 논의, 재계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도 회장단 회의의 위상은 오히려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조실장회의는 또 사안별로 5대, 10대, 30대, 50대그룹으로 참석범위를 달리하면서 현안문제에 관해 신속히 대응하고 그 논의결과를 회장단회의에 전달함으로써 재계의 해결사로서 입지를 넓혀왔다. 특히 임원임금동결이나 규제완화 등과 같은 회장들이 나서기 힘든 미묘한 문제를 해결해냄으로써 그룹회장과 정부, 근로자들 사이를 잇는 가교로서 나름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경련의 기조실장회의는 지난 93년 최종현 회장체제가 출범하면서 전문경영인을 참여시키자는 뜻에서 설립된 회의체였다. 그룹의 가장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을 전경련 의사결정에 참여시킴으로써 회장단회의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실무적 차원에서 기술적, 전문적 문제를 논의토록 한다는 것이 당시 회의신설의 취지였다. 그러나 오너단체인 전경련에서 전문경영인의 회의체가 어느정도 역할을 해줄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문을 가졌었다. 이를 반영하듯 기조실장회의는 그동안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날 회의를 가지면서 회장단 회의에 앞서 재계의 현안문제를 거르고 회장단 회의의 흐름을 결정하는 등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운영 4년째를 넘기면서 기조실장의 위상은 보조 회의체가 아닌 주력회의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조실장회의의 부상은 현정부들어 전문경영인 육성과 전문경영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대해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기조실장회의 부상은 정부의 전문경영인 육성정책과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경영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영의 전문화와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진전될수록 기조실장회의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민병호>

관련기사



민병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