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장기용선 부실 해결 못하면 STX팬오션 디폴트 선언을"

산업은행 압박에 STX 속앓이<br>산업은행 "디폴트 선언을" 압박

산업은행의 STX팬오션 인수가 난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산은측이 STRX에 팬오션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된 '장기용선계약'을 재조정해야만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STX팬오션에 장기용선계약 조정이 실패할 경우 디폴트를 선언을 하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신용도 하락으로 협상력이 거의 없는 STX팬오션은 무리한 요구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은이 최악의 경우 STX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해운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STX팬오션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해외 선주들과 맺은 고가의 장기용선계약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STX팬오션 측에 전달했다. 운임이 비싼 호황기 때는 높은 가격의 용선 계약이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이후 업황 하락으로 운임이 떨어지면서 현 상황에선 회사의 수익을 갉아먹는 주범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STX팬오션은 올해 1ㆍ4분기에 당기순손실은 715억원,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369억원을 기록했다. 시세보다 높은 용선료를 지불해야 하는 장기용선 계약에서 계속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현재 STX팬오션은 344척의 선단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250척이 외국 선주들한테 빌려 온 용선(用船)이다. 이 중 32%인 80척을 10년 이상의 장기용선계약으로 맺었다. 지난 2007~2008년 해운업황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1만 포인트를 넘던 호황기에 높은 용선료로 빌린 선박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BDI는 꾸준히 하락했고 용선료 역시 당시보다 10분의 1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STX팬오션 인수를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장기용선의 부실문제"라면서 "인수를 하더라도 이 부문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가 계속해서 자금난에 시달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산은은 최근 STX팬오션 측에 장기용선 80척에 대해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재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산은이 인수 전제 조건으로 STX팬오션에 장기용선 계약의 부실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디폴트를 선언하라고 할 만큼 이 부문의 부실을 털고 갈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용선계약 재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두 차례의 매각이 연이어 불발된데다 산은의 '인수불가'방침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STX팬오션의 신용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기 때문이다. 협상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 운임 하락에 따른 장기 용선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의 사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의 관계자는 "시장에선 STX팬오션을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외국계 선사들이 선뜻 계약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잘 알고 있을 산은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법정 관리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박 제작 등을 위해 4,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STX조선해양은 27일 채권단을 상대로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갖는다. 채권단은 하지만 이미 STX조선해양의 회사채 상환과 긴급운영자금 등으로 6,000억원을 지원한 만큼 추가 자금지원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민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