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경제5단체 새모습 보인다"

경제단체가 재계의 새로운 리더로 급부상할 전망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올해 수출증대와 경제회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등 의욕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탈출하기 위해 경제단체가 능동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재계의 리더가 오너 단체인 전경련에서 경제단체 중심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경총을 끝으로 올 사업계획을 확정한 경제5단체의 총회내용을 분석해보면 경제단체들은 본격적으로 민간 중심의 경제살리기를 선언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각종 지원책 등을 건의하며 요구사항을 주문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우리가 앞장서서 이렇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있다. 특히 무역흑자 목표를 정부보다 훨씬 높게 설정하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가 하면 「신뢰받는 기업」을 지향하는 한결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12일 경총(회장 김창성·金昌星) 주관으로 모인 전경련(회장 김우중·金宇中) 등 경제5단체장들은 앞으로 매월 그때그때의 주요 경제현안을 논의하기로 합의, 민간경제계가 보다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5단체장들의 이번 합의는 경제단체들이 새롭게 재계의 리더로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재계의 현안은 오너 단체인 전경련이 주도해왔다. 이는 재벌해체 등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 달라진 재계의 모습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민간 경제계의 의견을 결집하게 될 경제단체장 회의=12일 경제5단체장회의를 주관한 경총은 종전에는 1년에 두번 정도에 그쳤던 회의를 매월 만나는 정례회의로 바꾸자고 제안,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노사관계에 머물던 회의주제도 경제현안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재벌 오너 일색이던 전경련 회장단회의가 재계 최고의사결정기구처럼 인식돼온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의 재계5단체장 정례회의 결정은 무척 신선한 발상이라는 평이다. 대기업 총수 중심의 전경련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중소기업·수출기업 등 다양한 범위의 기업들을 포괄하는 경제단체 연합 형태가 경제계의 의견을 결집하는 데 좀더 효과적이고 대표성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출증대에 경제단체들이 나선다=무협(회장 김재철·金在哲)은 환율이 안정되고 수출업계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조치만 있으면 현재의 조건이라도 280억달러 무역흑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무협은 단순히 정부에 요청만 하는 수준에서 탈피, 직접 중소무역업체나 지방무역업체들에 정보를 서비스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무협을 명실상부한 민간지원 서비스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기협중앙회(회장 박상희·朴相熙)는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지방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올해의 주요사업을 확정했다. 우선 주요 국가에 대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인력사무소를 대폭 확대한다. 지난 1월21일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새로 설치한 데 이어 미국·일본·남미·유럽 등지에도 단계적으로 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장개척단은 그동안 1년에 한두 번 가는 게 고작이었지만 올해는 3월 유럽을 시작으로 5월 흑해지역, 6월 아프리카, 11월 서아시아국가 등에 파견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의 대북(對北) 임가공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방북대표단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경제회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전경련은 지난 11일 정기총회에서 경제회생 프로그램을 중장기 발전계획의 핵심으로 삼았다.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정착시키고 금융선진화와 민간 자율의 고용안정, 정부 규제개혁 등을 위해 민관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주내용이다. 머지않아 21세기에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경제비전」도 만들 계획이다. 중국·일본의 민간경제단체들을 묶어 동북아경제협력회의를 설립하고 좀더 장기적으로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주도세력으로 나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상의(회장 김상하·金相廈)도 올해 사업의 기본목표를 「경제 재도약 기반조성」에 두고 기업회생과 활력 진작 경쟁력있는 기업경영환경 조성 국제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직업능력개발 사업 효율화 등의 과제를 정했다. 상의 관계자는 『올해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병행, 침체된 경기를 조속히 활성화시켜야할 처지』라며 『상의는 기업들이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의는 이를 위해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지원을 확충하고 개별기업의 외자유치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상의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실직자 교육과정 등 다양한 직업교육훈련과정을 개발하고 직업훈련에 관한 국제협력사업을 벌이는 계획도 실천에 옮길 경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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