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혁게임의 정공법

경제사정과 개혁바람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과거의 예로 보면 경제사정은 개혁의 강도나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경제가 불안할수록 개혁보다는 경제부터 살려야 된다는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번 참여정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 5년 동안 추진할 참여정부의 경제청사진은 분배쪽에 비중을 둘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는 노동분야 정책방향등을 감안할 때 속단은 이르지만 일단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에 정책운용의 초점을 맞춘 것은 참여정부 역시 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사정을 감안한 이른바 `개혁의 속도조절론` 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기업이 감당할수 있는 범위내의 개혁을 강조하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심지어 검찰에서도 경제사정을 감안해 업무를 강약을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불확실성에 가득찬 이라크전과 북핵문제등 경제 외적인 악재가 쌓여있는데다 과거 외환위기때보다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할 때 성장에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몸살을 앓고 있는 대기업입장에서는 경제난 덕분에 일단 개혁강풍을 어느정도 피할수 있게 됐다는 다소 엉뚱한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는 퇴색하고 고질적인 반기업정서와 노사갈등이 수그러들 것인가. 개혁의지가 경제사정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경험적 사실에 비추어 경제위기론이 지속되는 경우 개혁의 강도와 속도는 조절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경제사정이 계속 나쁠 경우의 가능성을 믿고 늘상 공격과 비판의 원인이 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수동적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며 기다려보는 것도 한가지 대책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크게 보면 막연히 시간을 버는 대응보다는 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문제등 국내 기업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구조적이고 관행상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개선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개혁요구를 누그러뜨리고 고질적인 반기업정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가 시장경제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으면서도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고 정권이 바뀔때마다 기업개혁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현실만큼 기업과 기업인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도 없다. 그러나 잇달아 터져나오는 회계비리와 기업부패, 도덕적 해이등을 보고 있으면 기업불신이 단기간에 없어질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이후 지배구조와 투명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크게 보면 우리경제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협할 정도로 비대해진 퇴폐향락산업과 지하경제, 꺼지지 않는 부동산투기바람과 블로소득, 과소비풍조등 천민자본주의도 기업불신과 뿌리가 닿아 있다. 가령 그릇된 접대문화 하나만 고쳐 룸사롱등 퇴폐향락에 뿌려지는 연간 수십조원의 접대비만 아껴도 기업의 원가절감은 물론 반기업정서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든다. 편하게 살려는 수십만명의 젊은이들만 노동시장에 나올 경우 중소기업들이 하소연하는 인력난도 크게 완화될 것이다. 기업이 늘 개혁의 도마위에 오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공격과 비판의 빌미를 안만드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논설위원(經營博) sr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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