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오는 2025년 8,650억 달러(약 9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수(水)처리 시장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 경쟁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의 수처리 계열사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최근 노르웨이의 아커솔루션과 합작으로 '코오롱피오르드프로세싱'을 설립하고 석유·가스플랜트 수처리시장 공략을 개시했다. 이전까지 코오롱은 하수처리 설비를 위주로 수처리 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갓 시추한 석유·가스에서 물과 불순물을 걸러내는 고도정제 기술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과 삼양의 합작사인 휴비스는 지난 10월 인수한 휴비스워터(구 한국정수공업)의 4대 원천기술을 내세워 기존 발전소 수처리시장 뿐만 아니라 화학·자동차·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공장과 지방자치단체 정수·하수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필선 휴비스 부장은 "현재 정부과제의 일환으로 수처리 플랜트를 시험 운영중"이라며 "삼성전자 공장 등에 수처리 설비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산업으로의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비스워터는 발전소 수처리의 핵심 기술인 복수탈염·해수염소기술 뿐만 아니라 다른 수처리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순수제조·증기화학세정 기술 등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무기로 10년 내에 세계 10위권의 수처리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수처리 필터 제조에서는 도레이케미칼이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핵심제품은 '불순물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주는 역삼투압(RO)필터다. 임희석 도레이케미칼 필터사업본부장은 "도레이케미칼의 필터 기술은 현재 중국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다우케미칼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해 지난 3월 미국의 필터 업체인 나노H20를 인수해 RO필터 생산기술을 확보한 LG화학의 추격도 거세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처리 필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우케미칼 등 외국계가 필터 등 수처리 핵심소재 시장에선 아직 앞서있지만, 수처리 인프라 건설이나 상·하수도, 해수담수화 분야에선 국내 기업들이 이미 선두에 서 있다. 해수담수화 시장에선 두산중공업이 전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최근 카타르에서 3,500억원 규모의 하수처리설비 사업을 수주하는 등 신흥국 물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GWI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828억 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물 시장은 오는 2025년 8,65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처리란 :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정수, 오염된 물을 걸러 버리는 폐수, 폐수를 재활용하는 폐수재이용,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부문으로 구분된다. 관련 사업으로는 물을 거르는 필터 제조와 정수ㆍ상하수처리ㆍ플랜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