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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샐린저, 세상과 담 쌓은 이유

■ 샐린저 평전

케니스 슬라웬스키 지음, 민음사 펴냄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중략)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미국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1919~2010)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열 여섯 살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이런 냉소적인 어투로 인생의 위선과 허무를 읊조린다. 자전적 소설에서 어린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런 말들을 내뱉었던 샐린저 자신은, 정작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한때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세계적으로 7,000만부가 팔리며 시대의 아이콘이자 신화가 된 '호밀밭…'의 저자지만 샐린저의 이름 뒤에는 '괴짜' '은둔 작가' '사생활 보호에 과민한 사람' 등의 표현이 따라다녔다. 실제로 샐린저는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1965년에 마지막 단편 '1924년, 햅워스 16일'의 발표를 끝으로 미국 뉴햄프셔주 코니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은둔하며 이후 수십 년간 문단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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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샐린저 사후 최초로 출간된 평전이다. 샐린저에 관한 웹사이트를 운영해 온 케니스 슬라웬스키가 샐린저 별세 4개월 후인 2010년 5월에 출간했고, 민음사가 최근 번역해 내놓았다. 샐린저의 편지들, 부모님과 전 아내들에 관한 정보, 비밀에 부쳐진 첫 결혼, 심취했던 동양철학과 신비주의 등 사생활의 전모가 담겨있다.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 우나와의 사랑은 그녀의 고급 취향에 맞추느라 순탄치 않았고, 결국 우나는 1943년 찰리 채플린의 네 번째 아내가 됐다. 1950년 뉴요커에 '호밀밭…'의 원고를 보냈을 때는 글쓰기에 대한 훈계와 함께 퇴짜를 맞기도 했다.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철저한 신비주의에 싸여 살았던 샐린저였기에 그의 생전에는 절대 나올 수 없었을 법한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샐린저는 자기 책 표지에 그림이나 장식, 작가 사진은 물론 자신이 쓴 글 이외의 그 어떤 글도 인쇄되지 않아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저자 약력도 최대한 간소하게 적었고, 대중매체에 자신의 개인 정보가 오르내리는 일도 허락하지 않았다. 홀든 콜필드가 부당하게 인용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의 생전에 출판된 '샐린저 전기'(이언 해밀턴 지음)는 법정공방에 이르렀고, 이 사건은 중요한 저작권법 판례가 되었다. 그럼에도 작가의 삶은 '당황스러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실마리가 된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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