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성공창업 현장속으로 ] 이영란 '호아센' 문정로데오점 사장

쌀국수 맛 차별화·베풀기전략 주효<br>부천 중동점 이어 송파에 매장 "직원들 모두 내 아들·딸 같죠"


‘최근 시장환경은 섬세하고 유연한 대응이 우선시되는 소프트 파워를 중시한다.’ 마흔아홉 나이에 외식사업을 준비하던 이영란씨(51ㆍ사진)는 한 일간지에서 여성 경영인에 관한 글을 읽고 용기를 냈다. 지난 97년 10년간의 노동부 공무원 생활을 접고 전업주부의 삶에 전념했던 이씨에게 자기사업이란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는 ‘부업’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 이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만 자신에게 닥친 일이 ‘기회’라고 생각되면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베트남쌀국수를 처음 맛보고 그 색다른 맛에 반해 바로 창업을 구상했다. 직접 베트남과 태국 등지를 돌며 현지 쌀국수와 비교해 봤을 정도로 쌀국수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역시 맛이었다. 많은 베트남쌀국수 브랜드 중에 ‘호아센’을 선택한데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향신료를 개발하고 조리법을 개선했다는 나름의 분석 때문. 이씨는 “시장조사를 해보니 호아센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향을 내는 ‘실란트’를 별도로 제공하고, 청양고추를 사용해 얼큰한 맛을 강화한 것이 다른 브랜드와 달랐다”면서 “팔각, 정향, 산초 등 10여가지의 약재를 넣어 특유의 향을 최소화하고 맛과 영양을 더한 것도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2005년 초 부천시 중동에 점포를 냈다. 끊임없이 조사하고 철저히 준비했지만 불혹을 넘기고 시작한 장사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영업을 끝내고 밤늦게 고속도로를 혼자 운전해 집으로 돌아올 때면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나하는 회의도 들었죠. 지금은 무덤덤하게 넘기지만 나이 드신 고객들의 무례한 행동도 처음엔 견디기 쉽지 않았습니다.” 발길이 무거웠던 출퇴근길이 신바람 나는 길로 바뀐 것은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부터다. 처음 6개월 동안은 매일같이 가게를 드나들며 서빙을 담당했다. 손님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쌀국수를 생소해 하는 손님이 있으면 다가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 이씨는 “처음에는 수익만을 생각했지만 점차 점주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공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천 중동점의 성공요인에 대해 “첫째는 운, 둘째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멀티플렉스 극장과 쇼핑센터가 들어서 우선 홍보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생각해 낸 판매전략은 이른바 ‘퍼주기’다. 장사가 잘 될수록 손님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월남쌈과 쌀국수를 여느 가맹점보다 푸짐하게 제공했다. 부천 중동점의 성공에 힘입어 이 사장은 올 초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에 두 번째 점포를 열었다. 중동매장보다 33㎡ 이상 큰 규모다. 중동점에서 얻은 자신감에 2년간 쌓은 노하우를 더해 진짜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 매장 하나를 운영할 때는 ‘장사’였지만 두 개가 되니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가짐도 새롭게 했다. 장사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친구들과 수다 떠는 재미밖에 몰랐을 거라는 이씨는 여성이 남성보다 사업하기 어렵다는 편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자라서 좋은 점이 더 많아요. 고객을 대할 때에나 직원들을 관리할 때 내 딸과 아들처럼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그들도 나를 엄마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성행경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