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대선의 추억과 아픈 기억


지난 4ㆍㆍ11 총선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 새누리당이 급속하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친박 성향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뽑히고 최고위원의 절대 다수를 친박 인사들이 차지하면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1인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올 초 위기감 속에서 쇄신드라이브를 걸었던 당시의 역동성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보색대비와 마찬가지로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 속에서도 지방 전당대회를 통해 흥행몰이를 나서고 있는 통합민주당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의 느슨함과 무기력함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일단 새누리당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 너무 뻔해 보인다. 결과가 뻔히 예측되기 때문에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별다른 재미가 없다. 바람이라고는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박근혜식 리더십에 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전당대회 현장 투표에서는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집어져 대선의 꿈을 접어야 했던 그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총선승리를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가려는 그의 노력은 역설적으로 정당의 기본인 유권자들의 관심으로부터 새누리당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민주 흥행 속 새누리 느슨함 두드러져


특히 비박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면 정상은 아니다. 국민 경선제라는 말을 꺼내는 것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되기도 하고 150명의 19대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제도도입 서명을 받았으나 달랑 5명만이 서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총선 직후 "경기 룰에 선수가 맞춰야지 선수에 맞춰 룰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밝힌 것이 경선 룰에 대한 당 전체의 입장이 되면서 반대 의견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후 '역선택과 동원경선의 부작용'이라는 명분이 추가되면서 이 말은 오히려 보강되고 교조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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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총선과 달리 전국을 한 단위로 승부가 결정 나는 선거다. 산술적으로 봐도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얻은 표만 가지고 오는 12월 대선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총선 정당투표에서 42.8%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46.7%를 득표했다. 색깔이 비슷한 자유선진당을 합치더라도 결국은 여야는 누가 이겼다고 얘기하기 힘든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또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500만표 이상으로 이긴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제외하고는 역대 대선이 불과 수십만표 차로 당락이 엇갈렸다. 특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대세론'속에서 치른 1997년과 2002년의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그들이 얘기하는 '잃어버린 10년'을 지내왔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맞붙게 되는 민주통합당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총선 패배의 기억은 이미 아스라해졌고 12월 대선을 향해 한걸음씩 나가고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항하는 최선의 조합이라는 이해찬 대표ㆍ박지원 원내대표 카드에 대해 당 안팎에서 제기된 밀실 담합 논란이 오히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대박'나게 만들었다.

7개월 남은 이 시기가 중요한 변곡점

총선 후 낙담했던 민주당 측 인사들은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최근 흥행성공에 상당히 고무되고 있다. 당내 경선 주자들 중에서 인지도와 존재감이 미미했던 노 전 대통령이 지방 경선에서 바람을 만들어 결국 그 해 대선까지도 승리했던 '역전의 추억'을 또 한번 재연해보자는 사기가 높아지고 있다.

12월 대선을 불과 7개월도 남지 않은 시기에 여의도의 양대 정당은 이렇게 한쪽에서는 가장 유력한 주자의 아픈 기억 속에서 다른 한쪽에서는 '어게인(again) 2002'를 외치며 창과 방패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결과가 어떻더라도 대선 후 두 당은 이 시기가 중요한 변곡점이었음을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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