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혁신의 진정한 출발


대통령 기자회견은 모든 국민의 관심사지만 언론사들에는 머리를 곤두서게 하는 자리다.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을 무엇으로 뽑아야 할지를 놓고 회견 내내 고민하곤 한다. 정권 말에 들어서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주시하는 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임기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정치적 게임을 통해 '사고(?)'를 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한 예외였다.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 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었고 어느 순간 핵심 줄거리가 나올지에 온 국민이 귀를 쫑긋했다.


그런데 너무나 뜻 밖에도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부터 핵심을 밝혔다. 바로 '경제혁신3개년계획'이었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부흥의 길로 이끈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21세기판이라 할 만하다.

그럼 박 대통령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혁신'을 주제로 던졌을까.

서울경제신문은 올해 장기 기획의 주제로 '이노베이션 코리아'를 잡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의 국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한국의 성장이 불가능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 공직 분위기부터 혁신

맥킨지컨설팅은 이미 지난해 4월 "'한강의 기적'을 이끈 한국 경제의 성공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한국은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두 달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연간 잠재성장률이 오는 2038년이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답은 하나, "혁신만이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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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공기업 개혁과 투자규제 완화 등을 해답으로 내놓았다. 서비스업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도 당연히 포함됐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테마를 '혁신'이라고 언급하기에는 진부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제가 아닌 이를 실천할 구체화된 도구와 방법론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를 만들 책임은 공무원들에게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중앙부처, 특히 경제부처 공무원들만큼 공부를 잘한 사람도 없다. 그들의 자존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면 모피아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들의 존재가치는 사실상 소멸됐다. 모피아도 죽었다. 그들은 국가 전체의 에너지와 능동성이 필요한 순간에도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보신에만 급급하다. 변칙으로 자리를 만들고 선배와 후배를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자리로 끌어오는 데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여기서 끝이다.

총리실의 사표 얘기가 나오자 공직사회 전체가 벌벌 떠는 것 자체가 그들의 경쟁력이 한없이 추락했음을 반영한다.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수십년 전의 것을 모방하기 일쑤다. 특히 금융정책에 관한 한 공무원들은 '죽은 집단'이나 마찬가지다. 기분이 상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심하게 표현하면 우리 사회의 창의성을 갉아 먹는 가장 거대한 암초로 커버렸다.

그들로부터 대한민국의 혁신을 이룰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공기업 개혁방안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해프닝이다.

구체화된 도구와 방법론 제시해야

대통령은 이 점부터 알아야 한다. 공기업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분위기부터 확 바꿔야 한다. 민간의 창의력을 최대한 공직에 불어넣어 혁신 마인드가 정책에 시시각각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죽어 있는 문화를 깨우는 것은 쉽지 않다. 신한은행보다 산업은행을, 산은보다 농협을 최고의 직장으로 꼽는 사회가 존재하는 한 대통령이 말하는 '혁신'은 또 한번의 거대한 이벤트로 끝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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