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할리우드21] "시사회 거른 작품 역시 불량품"

[할리우드21] "시사회 거른 작품 역시 불량품"기어·라이더 로맨스물 '뉴욕의 가을'...MGM몰래개봉 MGM이 지난 11일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가 주연한 최루탄 로맨스영화「뉴욕의 가을(AUTUMN IN NEW YORK)」을 비평가들을 위한 시사회를 생략하고 개봉, 비평가들로부터 비겁하고 치사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영화사들이 시사회를 거르는 영화들은 대부분 비평가들에게 보여줘봤자 바가지로 욕을 얻어먹을게 뻔한 10대용 공포영화와 무지막지한 액션영화 또는 저질코미디등으로 A급 스타들인 기어와 라이더가 나오는 영화의 시사회 생략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이해 못할것은 기어와 위노나를 비롯해 감독 조운 첸과 제작자등이 모두 이의를 표명했는데도 MGM이 시사회를 걸렀다는 사실이다. 기어는 『위노나와 나는 이 영화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MGM의 시사회 생략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이더도 『MGM의 결정을 지지하지 않으며 MGM이 마음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첸과 제작자 게리 루케시도 『MGM의 결정은 불행한 처사』라고 말했다. 영화가 개봉되기전 할리우드는 MGM의 시사회 생략 이유를 놓고 온갖 추측이 분분했었다. 그중 가장 그럴듯한 결론은 MGM이 영화 플롯의 사전 누출을 원치 않았고 또 기어와 라이더의 현격한 나이차(기어는 51세, 라이더는 28세)에 대한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개봉돼 뚜껑을 열어보니 시사회 생략의 진짜 이유는 영화가 불량품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비평가의 견해다. 영화에서 48세난 기어는 바람둥이 고급 식당주인으로 나와 불치병에 걸린 21살짜리 모자 디자이너인 라이더와 「메이-디셈버 로맨스」를 나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센티멘탈한데다, 내용도 허약하고 또 기어와 라이더의 화학작용도 신통치않아 뉴욕타임즈로부터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언어도단의 구식 눈물짜는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고, USA투데이는 별 4개 만점에 달랑 별하나를 주고 앞으로 흥행서도 망할 것이라는 악담까지 했다. 다행히 LA타임즈는 「센티멘탈하고 구식이지만 분위기 있는 로맨스영화」라고 괜잖은 평을 했는데, 여름에 로맨스영화가 없어서 그런지 개봉 첫 주말 3일간 1,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 4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에서 특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기어와 라이더의 나이차에 대한 수없는 강조다. 자세히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횟수는 모르겠으나, 기어가 라이더를 사랑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 수십번 강조되고 있다. 도대체 그렇게 나이차를 강조함으로써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속죄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차가 많은데도 저렇게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하니 얼마나 가상한 일이냐고 자화자찬을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황제」에 주연한 중국계 미국배우 조운 첸은 지난해 문화혁명때 산간벽촌으로 노동을 배우러간 소녀의 비극적 이야기 「쇼우 쇼우:하방당한 소녀」로 감독으로 데뷔, 칭찬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너무 감상에 매달려 역겨운 결과를 내놓고 말았다. 하여튼 비평가용 시사회를 거르는 영화는 어딘가 구린데가 있다는 할리우드의 격언이 이번에도 증명된 셈이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미LA영화비평가협회원 입력시간 2000/08/21 18:3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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