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국제금융시장] 외국 금융개혁 왜 반발없나
美 금융회사 노조 법으로 금지
미국와 유럽의 구조조정에는 '붉은 머리띠'가 없다.
합병과 인원감축이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노조나 직원들의 반응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경영진이 결정하면 그 뿐이다. 노조가 농성하고 장관이 농성장을 찾아가 설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에는 왜 반발이 없을까. 노동시장의 유연성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둬도 취업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열려 있다. 실업자에 대한 복지대책도 구조조정을 쉽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은행에서는 노조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은 금융회사의 노조 결성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금융계 종사자가 집단행동에 나설 때 공공의 안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조조정에서도 반발이 거의 없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프랑스은행들은 한국의 은행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민영화되기 전까지는 방만한 여신운용과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로 어려움을 겪었다. BNP은행의 경우 94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으로 6년간 6,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반발은 별로 없었다. 미리 스케쥴을 통보한데다 노사정 협의를 통해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을 늘려 감축인원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직원들은 수긍했다.
종신고용제가 자리잡은 일본에서도 요즘에는 감원은 남의 일이 아니다. 2002년 합병 예정인 사쿠라은행과 스미토모은행은 2004년까지 중기 경영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3년간 직원의 13%를 단계적으로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도 한국처럼 부실은행을 정리할 때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경영정상화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지만 일률적인 인원감축을 강요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는 중국계 영국인은 "근로자 입장에서 고용안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경직된 고용구조가 외국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꺼리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라며 "금융산업 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이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