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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大賞] 일반주거부문 대상, 레티스하우스

계단식 폭포… 3면이 정원… 한폭의 풍경화

레티스하우스는 자연과 도심의 경계지역에서 세워졌지만 자연과 사람을 '교감'하게 하는 설계 철학을 담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정원은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매개체다.


설계자 인의식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대표

건축주는 레티스하우스 거실에서 중앙정원 폭포의 물소리,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레티스하우스는 집안 곳곳에도 작은 정원이 있다. 가족들은 수시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

건축주 유선화씨

서울 서초구 내곡동 '홍씨 마을'입구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 단독주택가 끝자락에 닿으면 심플한 직사각형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외부에서 보면 흰 도포를 단정히 차려 입은 조선시대 사대부가 연상된다. 한 치의 빈틈없이 서릿발 같은 선비처럼 집은 순백의 직사각형 반듯한 벽으로 내부를 가리고 외부를 대한다. 한지(韓紙)에 몇 방울 떨어진 먹처럼 벽에 나있는 9개 사각형 창(窓)은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듯 하다. 대문을 지나 조선시대 목조 성문과 흡사한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안에서 본 집은 바깥에서의 첫인상과 완전히 달랐다. 현관과 2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사각형 유리창 너머, 일직선으로 펼쳐진 계단식 폭포와 녹색 자연이 눈을 사로잡는다. 폭포수의 흔들림은 햇빛의 도움을 받아 반사돼 현관과 유리문 사이의 공간 천장에 그림자로 하늘거린다. 밤이 되면 폭포의 빛과 물 소리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집은 풍경의 힘을 빌어 사람들에게'어서 오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하늘에서 본다면 집은 9개 정사각형이 조합을 이뤄 하나의 큰 정사각형을 이룬다. 설계자는 집 주인이 보유한 전통 가구 문양인 '격자'(바둑판처럼 가로, 세로 줄이 만드는 사각형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대지가 비스듬한 경사를 가진 정사각형인 것도 영향을 줬다. 방의 배치는 집주인의 취향을 고려한 설계자의 '창의적인 배려'가 곳곳에 녹아 있다. 건축 과정에서 끊임없이 소통해 서로에 대해 완벽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관에 들어서 왼편에는 갤러리 용도의 방이 있다. 미술작품을 틈틈이 수집한 집주인을 고려한 공간이다. 특이한 것은 투명 유리로 만든 방 하단 벽과 담장 사이에 놓인 막돌들이다. 갤러리 용도라는 말을 들어서였을까. 갤러리를 구성하는 하단의 작은 예술작품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짧은 층계를 걸어 올라가면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거실과 부엌이 나타난다. 거실은 3면이 통 유리로 벽을 이루고 있다. 집주인이 자연의 기운을 수시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남쪽방향은 밭 용도로 쓰이는 정원, 동쪽은 폭포와 중앙정원, 서쪽은 여름정원이다. 통 유리 덕분에 낮에는 햇빛과 자연 녹색이 조화를 이뤄 거실을 비춘다. 저녁에는 조명에 반사된 풍광이 환상적인 야경을 만들어 낸다. 2층에는 집주인 부부침실과 자녀 2명이 쓰는 방이 있다. 부부침실에서는 통 유리 문을 통해 목조로 된 마당과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동쪽 벽에 난 유리문과 격자무늬 창살 사이에는 작은 정원이 하나 마련돼 있다. 격자 창살을 통해 본 바깥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가운데 통로를 건너 층계를 올라가면 방 2개가 있다. 한 방에 들어가보니 도심 방향으로 창이 세 개가 나 있다. 서서도, 앉아서도, 누워서도 바깥을 볼 수 있게 한 창의 배치다. 옥상 가는 길에는 서재가 있다. 서재 옆에는 아파트 발코니처럼 구성된 또 하나의 잔디 정원이 있다. 커튼을 치면 남쪽에서 햇살이 그대로 들어온다. 주택은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자연과 거주자들을 이어주고 있었다.
"자연이 흐르는 공간으로… 중앙정원이 구심점"
■ 설계자 인의식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대표 인의식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대표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 단골손님이다. 2011년 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레티스하우스 뿐만 아니라 2007년 건축문화대상 공공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덕평자연휴게소', 2005년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금강휴게소'등도 그의 작품이다. 인 대표는 인터뷰 장소를 건축주의 양해를 구해 '레티스하우스'로 잡았다. 그만큼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30여 분 동안 기자와 레티스하우스를 곳곳을 돌며 세심한 부문까지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 '진정한 설계 장인(匠人)'의 풍모가 느껴졌다. 그는 "건축물과 자연의 소통"을 강조했다. 비단 레티스하우스 뿐만 아니라 그가 설계한 모든 작품의 화두는 '자연과의 교감'이다. 인 대표는 "건축물은 인간과 자연 사이를 차단하는 구조물이 아닌 교감을 도와주는 장치"라고 말했다. 레티스하우스 설계 시에도 인 대표의 건축설계 철학에 충실한 작품이다. 그는 "레티스하우스는 도심의 회색 빛과 자연의 경계지점에 있다"며 "레티스하우스에 자연이 흐를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인 대표가 레티스하우스를 설계하며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건축주가 원하는 컨셉을 유지하면서 오감(五感)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몇시에 그림자가 져서 어떻게 느껴지는 지, 햇빛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등 하나하나 공감을 하려고 했다"며 "지형과 건축주의 가구에서 영감을 얻은 '격자'의 틀을 유지하면서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메시지를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레티스하우스 문고리 하나에도 온 정성을 쏟았지만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중앙정원'이라고 한다. 그는 "레티스하우스의 정점,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중앙정원"이라며 "이는 빛ㆍ바람이 모두 통하는 자연을 확산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주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단독주택 설계가 쉽지 않지만 초기 단계부터 활발한 소통을 통해 영감을 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 대표는 "설계를 했지만 10%는 건축주가 채워 넣을 수 있게 여백으로 남겨둔다"며 "건축주가 가구와 미술품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애착을 갖고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레티스하우스가 더욱 빛이 난다"고 말했다.
격자무늬서 설계 영감$교감과 소통의 場
'레티스하우스'는 '격자'(바둑판처럼 가로세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직각이 되게 짠 구조)를 뜻하는 (lattice)에서 따온 이름이다. 선이 교감을 이룬 듯 교차해 하나의 문양을 만드는 격자처럼 래티스하우스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교감과 소통'이다. 첫째는 건축주와 교감이다. 레티스하우스 건축주는 전통가구와 미술작품을 아끼는 사람이다. 전통가구와 미술작품이 집과 조화를 이루기 원했다. 설계자는 건축주의 전통 가구 격자무늬에서 레티스하우스 설계의 영감을 얻었다. 곳곳에 배치된 전통가구의 정사각형 격자 무늬는 네모 반듯한 집의 배치와 하나로 융합된다. 미술작품도 집에 녹아 든다. 건축주가 미적 감각을 발휘해 집안 곳곳에 배치한 미술작품은 레티스하우스 흰 벽을 배경으로 주인공인양 자리잡고 있다. 레티스하우스의 벽이 흰색인 것도 이처럼 미술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다. 레티스하우스는 주인공이 되고자 부자연스럽게 튀는 작품이 아니라 '배경'으로 묵묵한 역할을 하는 조력자다. 레티스하우스는 자연과도 교감한다. 자연과 인간이 연결되는 하나의 통로다. 방과 침실 바로 옆에 배치된 소규모 정원들은 자연이 거주자의 삶에 녹아 드는 역할을 한다. 레티스하우스 남쪽에 넓게 펼쳐진 '레티스 정원'은 사람과 자연을 좀 더 가깝게 연결하는 공간이다. 집주인이 배추, 고구마 등을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10개의 정사각형 밭이 마련돼 있다. '레티스정원'은 뒷산과 경계를 이루면서도 정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레티스하우스는 집주인과 외부와의 소통도 놓치지 않았다. 2층 연결통로에서 현관문 위로 난 유리창을 통해 집주인은 레티스하우스 바깥으로 확 트인 마을 풍경, 멀리는 도심풍경도 누릴 수 있다. 방문자도 유리창으로 내부를 볼수 있다. 방과 화장실 곳곳에도 외부와 직접 통하는 사각형 창을 배치해 외부와의 단절을 막았다. 레티스하우스는 닫혀있는 것 같으면서도 은은하게 외부와 통하고 있다. 사람끼리의 소통도 고려됐다. 거실, 건축주 부부 침실, 2층 공간에 벽면의 통유리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남편은 반대편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부인의 모습을 유리 너머로 볼 수 있다. 자식들도 방에서 나와 유리 밖 부모들과 시선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가림막을 치면 프라이버시 보호도 가능하다. 레티스하우스는 단절돼 가는 현대사회 가족간 소통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광·야경 온몸으로 느껴… 행복이 넘쳐요"
■ 건축주 유선화씨 건축주의 부인인 유선화씨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레티스하우스의 삶에 진심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그는 근처에서 꺾어온 들꽃 묶음을 양팔에 안고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반겨줬다. 그가 레티스하우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소는 정원에 마련된 밭이다. 정원의 밭에는 배추, 고구마 등이 자라고 있었다. 유씨는 "레티스하우스에 살면서부터는 채소를 직접 기를 때 행복하다"며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가장 컸지만 이제는 그림이 주는 즐거움 보다 자연, 정원의 꽃, 채소가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온 몸으로 누려서일까. 그는 레티스하우스에서 살기 시작한 뒤 잔병치레를 한 적이 없다. 유씨는 "빌라에 살 때는 건강이 안 좋았지만 레티스하우스에서는 많은 손님을 맞아도 아파서 누워본 적이 없다"며 "햇빛을 주고, 비타민도 주는 피로감을 없애주는 집이기 때문에 가족들 모두가 행복해한다"고 전했다. 레티스하우스가 소통하고 있는 자연환경에 대한 감회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낮에는 자연광이 거실을 비추고 밤에는 굳이 보려 하지 않아도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달이 시야에 자연스럽게 들어온다"며 "가만히 다가오는 자연을 느낄 수 있어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은 생각만큼 돈이 들거나 불편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단독주택이 사치스러워 보이지만 강남 유명 아파트의 반값도 안 되는 돈이면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며 "우리나라 주택 문화가 재산 증식의 도구로 되어 있는데 꼭 주택의 환금성만 생각할 게 아니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에 드는 집에 살지 않으면 짐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건만 되면 레티스하우스 같은 집을 한 채 더 짓고 싶다"며 "설계할 때부터 설계사들과 만나 함께 꿈을 꾸는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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