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빼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말할 수 없다. 바로 김종훈(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그는 지난 2006년 미국과 첫 협상테이블에 앉은 이래 협상타결, 쇠고기 재협상, FTA 추가 협상 등 한미 FTA 전과정을 야전에서 진두지휘했다. 또 국내의 반대 여론에 맞서 방송토론 패널로 밤을 지새웠고 국회 설득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매국노 이완용’에 비유되는 수난을 겪는 등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한미 FTA의 산증인인 김 본부장은 22일 국회 비준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자 “먼 길을 온 것 같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전투적이고 강인한 인상으로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은 것과 달리 그의 목소리에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함도 느껴졌다. 김 본부장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미국이 믿고 신뢰했고 국회 비준에도 발효 후 재협의를 약속해 돌파구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대 난관이었던 양국 비준에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국회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회가 비준안을 처리해줘서 고맙다”면서 “야당이 극렬히 반대했지만 국가 전체로서는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 의의를 묻자 “세계경제가 쉽지 않은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외적인 영향이 중요하다” 면서 “한미 FTA가 동아시아 발전의 큰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한미 FTA가 발효되면 3개월 내에 서비스투자위원회를 통해 성실히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과 협의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비준안의 국회 통과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입법절차가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법적 절차 외에 양국이 FTA 발효에 필요한 준비가 모두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FTA의 열매는 활용하는 사람의 몫”이라며 “한미 FTA를 기업들이 잘 활용하도록 열심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FTA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중 FTA는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취약한 민감부분에 대해 우려가 해소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과 협정 시행을 위한 상호 법령정비 등 한미 FTA의 발효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해 예정대로 내년 1월1일 한미 FTA가 발효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FTA 조항에 따르면 양국은 이행법령이 제대로 통과됐는지 등을 증명하는 최종 서한을 교환한 뒤 60일 이후 혹은 양국이 합의하는 특정한 날에 한미 FTA를 발효시킬 수 있다. 정부는 내년 1월1일까지 40여일이 채 안 남았지만 두 나라가 발효 날짜를 따로 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