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선거 3개월 앞두고 이사 가는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결국 여의도 땅을 벗어난다. 오는 22일 4대문 안에 있는 프레스센터로 사무실을 옮긴다. 환란의 상흔을 씻기 위해 지난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로 출발할 당시, 여의도에 금융감독원과 함께 둥지를 튼 지 만 14년 만이다. 현 정부 출범 초 금융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출발하면서 서초동의 기획예산처 건물에 잠시 둥지를 틀기도 했지만 금융위는 실상 모든 기간을 여의도에서 금감원과 함께 했다. 견원지간이나 다를 바 없던 금감원과 헤어지기를 그토록 원하던 금융위 공무원들로서는 소원 성취를 한 듯싶을 것이다.

사실 출발부터가 어울리지 않았다. '한지붕 두가족'이란 말이 딱 맞았다. 이질적인 두 집단이 한 몸으로 지낸 것 자체가 문제였다. 정책적, 문화적으로 끊임없이 으르렁거렸다. '관료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금융위 관료들은 금감원을 향해 "(산하 기관이)말을 듣지 않는다"며 불쾌함을 표출했고 금감원은 "우리를 무시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오죽하면 산하 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에서조차 때만 나면 정부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을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이사를 강력하게 밀고 나갔던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ㆍ사석을 불문하고 "업무상 관리ㆍ감독을 받아야 할 산하 단체 건물에 세들어 사는 부처는 없다"며 이사론을 설파했다. 금감원 노조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방안이 나오자 "(금융위는)금감원 건물에서 나가라"고 플래카드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것을 보면서는 분을 삼키지 못했다고 한다.

차기 정권서 조직개편 확실한데…

상황론만 놓고 보면 백 번 이해가 가고 진즉 헤어지는 것이 나았을지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해도 금융위 출범 초부터 지켜봐온 기자에게 이번 결정은 너무 실망스럽다. 이유는 단순하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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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부 안팎은 물론, 유력 대선 캠프 인사들도 현 금융감독 체제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인 개편 틀도 오르내린다.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치자는 주장부터,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조직을 떼어내 금융위와 묶는 방안까지…. 무엇이 됐든 차기 정권이 되면 바뀌는 것이 확실하다.

결국 이번 이전은 조직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하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있는 금감원 건물보다 임대료가 훨씬 비싼 광화문 한복판으로 말이다. 이사 비용만 수억원에 이른다. 이 모든 돈은 세금이다.

금융위가 이사의 논리로 내세우는 '정책(금융위)과 집행(금감원)의 분리론'또한 모순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이사할 당시 '업무 협조'를 이유로 들지 않았던가.

금융위 관료들은 인테리어까지 마무리에 들어선 마당에 이사 가는 집을 향해 재를 뿌리는 것이 몹시 못마땅할 것이다. (개편안으로 유력한) 재정부 국제금융과 합하면 그때가서 공간을 더 빌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다.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는데 무엇이 급해 지금 이 시점에 이사를 해야 한단 말인가.

혈세만 낭비한 일 안되길 바랄뿐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다. 이사 비용과 추가 임대 비용 등을 아끼면 햇살론 등의 재원으로 금융 소외층을 위해 알토란 같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지 않기를 정말로 바라지만 혹여 김 위원장이 재임 기간 뭔가를 했다는 흔적을 남기려 이사 시점을 지금으로 잡았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결정이다. 이사가 아니라도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처리 등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굵직한 현안들을 충실히 마무리 했다.

혈세로 가득 찬 이사 비용이 3~4개월 만에 공중으로 날아가는 일이 없기만을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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