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북 당국회담 무산] 북한 국장급 내세우며 "통일장관 나와라" 고집

南 "같은 급으로 보기 어려워" 막판까지 치열한 기싸움에 대화 결렬 최악 결과 낳아<br>남북관계 다시 시계제로 개성공단 재개 등 불투명

지난 2007년 이후 6년 만에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 당국회담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수석대표의 '격(格)'에 대한 양측이 이견 때문이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양측의 자존심 싸움이 대화 결렬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북한이 회담 대표로 내세운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권한과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 측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볼 수 없다"며 "조평통에는 현재 공석인 위원장과 몇 명의 부위원장이 있는데 그 하위 직책을 맡고 있는 서기국 국장이 통일부 장관과 같은 직책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수석대표의 격이라는 형식논리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수석대표의 격을 맞추는 것은 형식 논리가 아니라 실질적 협의를 통해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첫걸음"이라며 "대화의 급을 맞추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자 신뢰형성에 대한 기초"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1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수석대표 명단을 교환한 후 대화의 격이 맞지 않다고 항의했으며 오후7시5분께 회담 결렬을 최종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화 결렬은 이미 남북 양측이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가진 실무접촉에서도 예견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회담 대표의 격과 회담 의제에 관한 논쟁으로 17시간에 걸친 릴레이 회의를 펼쳤다. 양측은 회의 직후 공동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각자 발표문을 공개하는 등 회담 이전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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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회담 결렬까지 각오하고 장관이 아닌 차관을 회담 수석대표로 내정한 것은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브리핑을 통해 "당국자 회담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격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신뢰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차관급을 내보낼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회담 결렬로 향후 남북관계 또한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 이후 '정전협정 파기' '제1호 전투근무태세 발령' 등을 언급하며 어느 때보다 강한 도발을 이어왔다. 4월에는 개성공단 근로자 5만3,000여명을 갑작스레 철수하며 남북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가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 등으로 코너에 몰린 북한이 지난 6일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하며 한반도 위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번 대화 결렬로 남북관계는 또다시 경색기간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잠정폐쇄로 남북 간 소통의 끈이 사라진 상태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매우 컸다"며 "양측이 회담 결렬의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3월과 같은 긴장 국면이 재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향후 남북관계를 어둡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로 남북 간 소통 창구의 부재도 비중 있게 거론된다. 북한은 3월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하며 군통신선은 물론 판문점 적십자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바 있다.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다음날인 7일 판문점 적십자 통신선을 재개하며 다시금 소통을 이어갔지만 이번 대화 결렬로 해당 통신선은 다시 한 번 끊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양측 정부는 실무자 간 접촉 없이 언론매체만을 통해 공식입장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한반도 상황을 둘러싼 남북 간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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