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주의 귀환이 시작됐다.' 유로존 위기, D램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위축 등 먹구름들이 하나 둘 걷히기 시작하면서 IT주들이 다시 투자 관심 대상이 부상하고 있다. 사실 IT주는 지난 2ㆍ4분기까지만 해도 수요회복과 함께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강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재정 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데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3ㆍ4분기까지도 수요 부활을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T수요가 언제 살아날지 예측하는 것은 그야말로 '늑대소년'이 될 수 있다"며 전망 자체를 꺼려했다.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삼성전자는 D램가격 지속 하락으로 연중 최저치인 60만원대까지 추락했고, LG전자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은 선방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열세를 보이며 한때 주가가 5만원대까지 급락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TV시장 위축으로 주가가 1만원대까기 밀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서울반도체 등 발광다이오드(LED)주도 수요 부진으로 지루한 조정국면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 같이 우울한 분위기가 10월 이후 급격히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3ㆍ4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IT주에 대해 투자심리 회복에 불을 당기고 있다. 하이닉스도 큰폭의 조정을 받아 오다 최근 들어 D램 가격의 추가하락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바닥을 다지고 나오는 모습이다. 글로벌 수요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10월 현재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LCD 업체들의 4ㆍ4분기 주문동향은 견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대형 세트업체들이 반도체, LCD 가격하락 둔화를 예상해 일부 제품의 재고 축적을 시작했다"며 "반도체, LCD 산업은 4ㆍ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말 중국이나 미국 등이 성수기에 진입한다는 점도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연말 쇼핑시즌은 11월25일(블랙프라이데이), 11월28일(사이버먼데이), 12월25일(크리스마스) 등으로 이 기간 TV, PC에 대해 평균 30~50% 이상의 가격인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세트가격 인하는 IT 제품 수요촉진과 재고소진으로 이어져 연말 IT 수요의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시켜 줄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T는 향후 실적 개선폭이 느리더라도 바닥이 확인 되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은 하락세이지만 바닥권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되면서 LG디스플레이 역시 바닥권에서 반등하는 모습이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총 1위인 삼성전자가 저점을 확인하고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단기랠리를 보이자, 침체되었던 시장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등 IT수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전반의 문제를 감안할 때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IT주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강한 글로벌 IT수요를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