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11테러후 한국지상사들, 악몽딛고 바쁜나날

9·11테러후 반년 맞은 한국지상사들비극의 그자리 맨해튼서 악몽딛고 다시 바쁜 나날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한 직후 빌딩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무조건 대피하라고 했어요. 같은 사무실에 있던 8명의 직원들이 78개층의 계단을 한시간쯤 내려왔습니다. 1층을 빠져나왔더니 아수라장이었고, 그때 바로 옆에 있던 2동 건물이 붕괴되었습니다. 먼저 맞은 1동 건물이 나중에 무너진 것이 천운이라고 할까요." 현대증권 미주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형진씨는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기억했다. 허드슨강을 내려다보며 세계무역센터 1동에 자리잡고 있던 현대증권 미주 법인은 테러로 사무실을 잃은 후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에 있는 현대종합상사 빌딩에 임시거처를 얻었다가 지난 1월에 맨해튼 미드타운에 다시 사무실을 냈다. 9ㆍ11 테러후 6개월이 지난 11일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사무실을 두었던 6개 한국 지상사들은 정상적인 업무로 돌아갔다. 반년동안 사무실을 잃고 계열사 사무실 또는 개인집을 전전하던 지상사들은 동원증권을 제외하고 모두 맨해튼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LG화재보험의 구본석 지점장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한국에서 파견된 대부분의 비즈니스맨들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한국사람 들의 피해가 적었던 것은 당시 6개 지상사가 모두 1동 건물에 있었기 때문이다. LG증권과 LG화재가 84층, 현대증권과 지방자치국제화재단 78층, 대한투자신탁 33층, 동원증권이 21층에 각각 입주해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이 탈취한 비행기는 1동을 먼저 공격했지만, 나중에 공격당한 2동보다 뒤에 무너져 대피에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출장중인 LG 화재의 공수호 과장은 "사건 발생 시각에 1층 로비에서 은행 자동출납기(ATM) 앞에서 돈을 꺼내고 있었던 것이 지금 살아있는 이유"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지상사 중에서 유일한 희생자를 낸 LG화재는 지난 2월초 서울에서 고인이 된 구본석 전지점장의 장례식을 치르고, 이사급인 본부장으로 추서했다. LG화재는 지난 2월 15일자로 윤성호 본부장이 새로 부임, 정상적인 업무로 돌아왔으며, 이달중 맨해튼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다. 1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던 대한투자신탁의 유정렬 소장은 테러 이후 집에서 업무를 보다가 지난해 11월 맨해튼 42가에 사무실을 구해 평소처럼 일하지만, 당시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고 소회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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