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시장마비/IMF협상진통…자금·외환 동향

◎자금시장­연쇄부도 현실화조짐·자금거래 사실상 중단/외환시장­‘100억불론 어림없다’ 연일 폭등 혼조지속2일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은 거래가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자율조정능력을 상실한 모습이었고 특히 일부 금리는 시장의 폭발적인 상승압력과 동떨어진 채 움직였다. 완전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던 국제통화기금(IMF)협상이 재개되는 등 모든 상황이 당초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자금시장=이날 자금시장 개장 직후 9개 종합금융사가 업무정지명령을 받음에 따라 자금시장 관계자들 사이에는 기업체 연쇄부도와 금융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연이어 IMF가 최종합의를 미룬 채 우리가 감당키 어려운 추가조건을 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완전히 일손을 놓았다. 회사채는 당일발행물량이 35억원어치에 불과한데다 거래도 없어 수익률조차 형성되지 않다가 기존 발행물량을 중심으로 연18.25%에 소량 거래가 이루어진 덕분에 모양을 갖출 수 있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시장 분위기가 제대로 반영됐다면 실제 수익률은 연20%를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어음(CP) 금리는 전날보다 3.88%포인트나 급등한 연23.38%를 기록했다. 연23.28%까지 치솟았던 지난 11월26일이후 다시 법정상한선인 연25%를 위협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9개 종금사 영업정지로 실제 CP거래는 중단, 이같은 금리는 상징적인 의미만 가질 뿐이었다. 초단기금리인 콜금리는 연12.75%에 머물렀다. 시중자금사정과는 거리가 먼 수준. 콜시장에 참가하는 금융기관들이 몸을 사리면서 사자는 세력도, 팔자는 세력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특히 자금잉여상태인 은행권은 전날까지만해도 자금을 막지못한 일부 종금사에 콜자금을 빌려주었으나 이날 전격적으로 업무정지명령이 내려지자 모든 콜거래를 중단,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갔다. 이처럼 장단기 금리가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자금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것은 기업체 연쇄부도가 곧 현실화된다는 우려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 영업이 정지된 종금사들로 인해 기업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가뜩이나 높아진데다 대부분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위해 신규대출 중단, 기존여신회수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개한 결과다. 특히 IMF요구가 관철될 경우 일부 은행의 파산 또는 인수합병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외환시장=IMF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에도 외환시장은 좀처럼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날 일시적으로 달러당 1천2백90원까지 환율이 폭등, 불안감이 확대재생산되는 양상이다. 당초 1백억달러 이상의 IMF긴급자금이 이번주중 들어올 경우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장분위기는 그정도 자금으로 진정될 상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기업체들의 달러결제수요 뿐 아니라 로열티송금이나 은행 해외지점의 결제수요까지 겹쳐 상당기간 달러강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외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일본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29엔대의 초강세를 보이는 점도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 외국전문가들은 달러당 1백35엔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환율이 하락할 여지가 더 좁아지는 셈이다. 바닥을 드러낸 한국은행 외화보유액도 외환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외화보유액은 현재 2백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제 활용가능한 외화는 1백억달러를 넘지 못하는 상황. 특히 금융권의 당일 결제수요가 10억달러를 웃돌고 있어 머지않아 보유외화는 완전 고갈될게 분명하다. 외환당국이 환율방어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시장참가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환율급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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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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