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파업'도 노동계 밑바닥 정서와 괴리커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이 11일 "12일부터 임단협이 결렬된 노조를 중심으로 연대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노동계의 파업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 위원장은 이날 "정부는 가뭄까지 동원해 노동탄압에 악용하고 있으나 정작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파업현장에 경찰을 투입시킨 당국에 있다.
노사 자율교섭으로 해결할 임단협 쟁의를 시기가 집중됐다고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불법파업 논리를 일축했다.
◇"정부ㆍ재계 신뢰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대해 "정부는 자신들의 실정을, 재계는 경영실책을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면서 "재계는 위기에 처한 정권을 압박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희생양으로 재벌개혁을 막으려는 술책을 펴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대선공약인 공무원노조 허용도, 대통령이 2000년까지 법제화 하겠다던 주5일제근무제와 비정규직 차별철폐마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중이라는 논리로 시간만 끌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 위원장은 또 "재계는 경제파탄을 부른 주범인데도 외환위기 이후 4년 동안 오히려 재산을 불려왔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을 걸고 정규직을 정리해고 한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는 비정상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인 반면, 최대 수혜자는 기업주"라고 말했다.
◇파업강도 강하지 않을 듯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 125개 사업장에서 5만5,330명이 파업에 돌입하고 13일부터는 서울대병원 등 사회보험노조 소속 15개병원 1만3,800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집행부가 예상하는 최대 규모이기 때문에 실제 파업 참여자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 확실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불편도 예상되지만 의약분업 실시로 일반 환자들은 동네병원을 먼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의란'이라고 부를 만큼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총파업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 것인지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물론 민주노총은 "현장의 분위기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사안의 성격상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번 총파업이 어느 정도 동력을 분출해낼지 미지수라는 것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대한항공노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어쩌면 이번 총력투쟁의 불을 당겨야 할 항공사 노조의 투쟁이 유야무야 끝날 경우 집행부의 리더십마저 의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말 그대로 '조종사노조'이기 때문에 구조조정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계의 밑바닥 정서와는 근본적으로 맥을 달리하고 있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대한항공노조와 민주노총의 관계는 이념보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동거하는 일시적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하고 있다.
◇2차 시기집중 연대파업 변수
민주노총은 이번 연대파업의 성과가 없을 경우 6월말부터 '2차 시기집중 연대파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2차 연대파업에는 자동차노조와 조선관련 노조가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가 2차 파업을 구상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 1차파업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관심을 촉구하는 선언적 의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단 위원장이 "우리는 파업을 위한 파업은 절대 벌이지 않을 것이며 임단협이 타결된 사업장은 바로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앞으로 노사관계는 명분에 끌려 그르치기 보다 철저하게 '실사구시'입장에서 풀어갈 것이라는 또 하나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상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