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은행의 용단/이세정 차장대우·정경부(기자의 눈)

신복영 서울은행장과 유시렬 제일은행장은 여러가지로 닮은 점이 많다. 자타가 공인하는 수재들로 한국은행 부총재직을 주고받은데 이어 올들어 5개월간격으로 시중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하필이면 최근 대형 부실채권이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아 부실채권규모가 시중은행중 1, 2위를 달리는 은행들의 경영을 떠맡게 되었다는 점도 공교롭다. 이 때문에 한은 부총재출신들이 나란히 포진하고 있는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중 어느 곳에 한은 특융이 지원되느냐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서울은행장이 한은 특융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밝혀 금융가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경영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관치금융탓으로 돌리면서 연리 3%짜리 한은 특융에 목을 매곤 했다. 한은 특융을 1조원만 받아 연 12%로만 운용해도 최소한 1년에 9백억원의 수지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유동성위기때 마지막 보루로 등장해야 할 한은 특융이 지금까지 은행들의 수지 보전용으로 전락했던 실정이다. 이처럼 손쉬운 수지 보전 수단인 한은 특융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구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행장의 결단에 금융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실 한은 특융을 받을 경우 수지 보전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은행분위기가 해이해지고 대외적으로 특융 지원을 받은 은행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니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또 제일은행에 대한 특융 지원을 통해 한국의 시중은행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한국은행이 방치하지 않는다는 선언적 효과의 반사이익을 다른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이유에서 유제일은행장도 사석에서 서울은행에 특융을 지원할 경우 제일은행은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적지않은 이익을 외면하고 어렵고 험한 정도를 걷겠다는 서울은행의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방시대에 국내 은행들이 가야할 바른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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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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