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특별사면 대통령 멋대로 못하게 바꿔야

이명박 대통령이 기어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권력형 비리로 복역 중인 측근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야당ㆍ언론의 반대도, 권력남용이라는 비판도 아랑곳없이 일을 저질렀다.


이 대통령이 '고유권한과 원칙'을 들어가며 특사를 강행한 마당에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제왕적 특별사면 제도를 손보는 게 바로 그것이다. 현행 사면법은 대통령에게 무제한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사면 대상은 '형을 선고 받은 자'로만 규정돼 있을 뿐 어떤 조건도 없다. 대통령만 결심하면 성폭행 파렴치범도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설치됐어도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이 맡고 위원 9명 중 5명이 공무원으로 구성돼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상태다. 그나마 '심사와 자문'만 할 뿐 구속력이 없다. 판결을 내린 주체인 사법부가 끼어들 여지도 없다. 절대군주 시절의 '은사권'이 우리나라에서 '특별사면'으로 모습만 바꿨다는 비판이 이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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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권을 제한하는 미국과 유럽 각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의 경우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사범, 미성년자 폭행범 등은 사면을 받을 수 없다. 덴마크는 아예 행정부 관료를 지낸 인사에 대해 불관용의 원칙을 적용한다. 핀란드도 대법원의 자문을 받도록 명문화해놓았다. 역대 대통령들이 특별사면을 주머니 속 장난감인 양 처리했던 우리와는 차이가 크다.

대통령은 무오류의 존재가 아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는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부정부패나 권력형 비리사범, 중대 경제사범 같은 범죄자들이 대통령의 은덕을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사 조건을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 이름뿐인 사면심사위에 실질적인 선별권한을 부여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전문가 위주로 다시 꾸려야 한다.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새누리당이 앞장서 제도정비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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