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염색 바람이 불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21세기형 젊은 조직·젊은 리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40대 초반인 이재용ㆍ부진 남매가 사장으로 승진하자 희끗희끗한 새치나 백발을 연륜으로 생각하던 40~50대 임직원들도 너도나도 염색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6일 삼성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10년 넘게 백발에 가까운 새치 머리를 고수해오던 미래전략실의 한 고위 임원과 삼성전자ㆍ제일기획ㆍ에스원 등 주요 계열사의 다수 임직원들이 최근 머리 색깔을 짙은 갈색 또는 흑갈색으로 바꿨다.
한 계열사 사장은 회사 로비 등에서 마주치는 임직원 중 새치가 심한 임직원을 보면 "보기에 좋지 않다"며 염색을 권장(?), 사장에게 지적당한 한 부장도 며칠 뒤 미용실에서 흑갈색으로 염색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염색 대열에 합류한 한 삼성 임원은 "새치가 심해 마흔이 넘자마자 백발에 가까운 머리였는데 염색을 하니 '아빠가 10년은 젊게 보인다'며 애들이 더 좋아한다"며 "주위에서도 '30대같이 보인다'는 반응이어서 염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계열사의 한 부장급 사원은 "상사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것이 불편하다거나 혹시라도 늙어 보이는 외모로 인해 인사 등에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해서 새치를 염색하고 다니는 직원이 이미 꽤 된다. TV 오락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동안을 선호하는 풍조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이 회장이 '젊은 조직론'을 잇따라 강조하고 40대 초반의 오너가(家) 3세인 이재용ㆍ부진 남매가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외모ㆍ사고 등 모든 측면에서 '젊은 조직'에 걸맞는 풍모를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머리 염색으로 나타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 삼성 관계자는 "최근 일부 임직원이 염색을 한 것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