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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쇼핑시장의 최대 호황인 중국 국경절 첫날인 1일 오후 찾은 홍콩섬 최대 쇼핑몰인 IFC몰은 평일보다 한산했다.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 매장의 한 직원은 "지난해 국경절 연휴와 비교하면 쇼핑객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여파로 국경절 연휴를 낀 골든위크(10월1~11일) 특수가 실종됐다. 보통 이 기간은 중국 본토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홍콩에서도 대규모 불꽃놀이 축제를 벌이는 등 홍콩이 그야말로 쇼핑과 관광의 도시로 변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사정이 정반대다.
시위 중심지인 애드미럴티·코즈웨이베이의 대형 쇼핑몰뿐 아니라 산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나는 침사추이·몽콕 등에 위치한 매장은 상당수 문을 닫았다. 그나마 영업 중인 점포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 리청페이 센트럴에 위치한 생활가전 매장의 매니저는 이번주 매출이 평소에 비해 2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가 이렇게 안되면 판매직원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이 홍콩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불꽃축제도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취소했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홍콩이 아닌 엔저효과를 볼 수 있는 일본이나 한류의 중심인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차이나컴포트트래블 여행사는 골든위크에 홍콩으로 가는 단체 관광객이 전년 대비 22% 급감했다고 밝혔다.
여행·유통업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홍콩 최대 부동산중개 업체인 센털라인부동산에이전시는 시위 격화 이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만약 대규모 시위가 1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인 CCTV는 경제단체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시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최소 400억홍콩달러(약 5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