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없는 건설·유통업체 추가지원 반발'생즉필사(生卽必死) 사즉필생(死卽必生)'
'일본의 부실기업들이 망해야 일본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블룸버그,BBC방송 등 주요 언론들은 26일 일본의 가망 없는 기업들에 대한 계속적인 자금지원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경제 개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 돈 먹는 '블랙홀' 건설 부문
최근 일본 채권 은행단들이 일본 경제의 '블랙홀'로 일컬어지는 건설 부문에 추가 자금지원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BBC방송은 콘도미니엄 개발 회사인 다이쿄와 가정주택 건설회사인 토와 개발이 UFJ은행 등 채권은행단으로부터 각각 4,000억엔과 2,000억엔의 자금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사와 홈스, 하세코 등에도 자금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금지원의 효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난 99년 채권은행단이 두 회사에 쏟아부은 돈만해도 2,900억엔. 그러나 다이쿄와 토와 개발은 여전히 5,212억엔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은 특히 일본 정부가 건설업체들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이들회사와 집권 자민당과의 친분관계가 작용한 것이라며 건설회사들이 자민당에 많은 정치자금을 대고 있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 다이에 지원 "더 큰 부실 양산"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6일 UFJ,미쓰이 스미토모,후지 은행 등이 유통업체 다이에에 5,200억엔의 금융지원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 4,200억엔의 자금지원에 합의한데 이어 1,000억엔을 추가로 지원키로 한 것. 2조엔의 부채를 안고 있는 다이에가 넘어지면 그 충격이 너무 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이에 지원이 더 큰 부실을 키울 것"이라며 우려했다. 자금지원 효과가 파산을 1~2년 늦추는데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 디플레 대책, 기대키 어려워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대책과 관련, 26일 대부분의 언론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정부내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고이즈미 총리가 대담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역시 일본 경제를 위해서는 부실기업들을 과감히 포기해야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이를 실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고이즈미 총리가 채권발행규모를 30조엔으로 제한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얽매이기 보다는 디플레이션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