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올해를 ‘생명을 위한 물 행동 10년’의 첫해로 선포했다. 지난 92년부터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한 유엔은 오는 2050년이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 사태로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만해도 지난 연말 전국 669개 도시 가운데 220개 도시가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한해 물 부족량이 400억톤이라는 사실만 봐도 물 부족 위기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3배지만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고 계절별ㆍ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커서 수자원 관리에 불리한 여건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가수용량이 1,500톤에 불과해 영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폴란드 등과 함께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당장 내년부터 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오는 2011년에는 연간 12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1일 1인당 물 사용량이 지난 97년을 최고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 부족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어획량과 농작물 수확량의 감소는 물론 수자원을 둘러싼 국제분쟁 등 갖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20세기가 석유전쟁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물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흘려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금강유역의 물 부족 현상이 논쟁점으로 등장한 것도 물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는 수자원을 사후관리에서 예방대책 중심으로 전환하고 수량과 함께 수질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15%씩이나 확산되고 있는 해수의 담수화 시설도 효율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물은 미래의 에너지다. 수소에너지 시대에 물은 무한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당장 닥칠 물 부족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서둘러도 이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