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보, 대우.고합 1차조사결과 발표자금세탁.계열사 부당지원 등 확인
금융기관의 부실과 공적자금의 손실을 초래한 대우 등 부실기업의 옛 경영진들이 부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개인 재산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공사는 20일 대우와 고합 등 2개 기업의 임직원을 상대로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벌인 부실 채무기업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5개 대우 계열사의 전 대표이사 8명은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일(99년 8월26일)을 전후해 시가 99억5천800만원 어치의 부동산 21건을 부인, 아들 등 특수관계인과 제3자에게 증여 또는 가등기 등의 방법으로 빼돌리거나 급매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보 최명수 조사3부장은 "한 대표이사의 경우 은행직원과 짜고 자신의 부동산을 은행직원 앞으로 가등기 및 근저당 설정을 한 다음 개인적인 빚이 있는 것처럼 허위차용금 증서를 만들고 자금세탁까지 했다"고 말했다.
고합의 경우 지난 97년1월18일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서류상의 회사인 `우라누스'를 설립해 채권을 발행, 홍콩 현지법인이 인수하도록 한 뒤 채권발행 자금을 국내에송금해 지난 97년 12월23일 고합종합건설의 발행주식 199만주를 적정가격보다 80%가량 높은 주당 8천923원에 인수해 부당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9년 1월 고합종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주식이 모두 무상 소각돼 11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예보는 밝혔다.
한빛은행은 고합에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고합종합건설의 부동산에 400억원의근저당권을 설정했으나 고합종합건설 부도 이후 법원에 회사정리절차 개시에 따른담보권 신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근저당이 말소돼 담보권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이밖에 분식회계를 통한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불법 발행, 부당한 이익배당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혐의를 잡고 계속 조사하고 있다.
예보는 "고합은 오는 8월까지, 대우는 연내에 조사를 끝내 부실 책임자에게는 채권보전과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겠다"며 "채권관리를 소홀히 해 거액의담보권을 상실한 한빛은행의 담당자는 추가 조사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