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모은 돈" "중도금 내야 하는데…" 고객들 몰려 눈물 하소연<br>직원들 "원금·이자 5,000만원 보장" 달래기 진땀<br>계열 저축銀엔 수천명 몰려 예금 인출 '아수라장'
|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 고객들이 17일 오전 본점(동구 초량동)으로 몰려왔다가 닫힌 문에 붙은 공고문을 읽고 있다. /이성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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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급히 돈 쓸 데가 있어 만기된 적금을 찾으려 했더니 내일 주겠다며 기다리라고 했잖아. 이제 내 돈 어떻게 할 거야. 누가 설명 좀 해봐."
서울 명동에 위치한 대전저축은행 지점. 남대문에서 속옷장사를 한다는 김옥순(68)씨는 퉁퉁 부은 눈물로 하소연했다.
"이달 말까지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 하는데 어제 예금을 인출하려 했더니 창구 직원이 이자만 5만원 이상 차이가 나니까 오늘 찾으라고 하더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 그는 "남대문에서 가게 문 열면 매일 찾아오던 곳인데 얼굴도 알면서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하느냐"고 울먹였다.
◇불꺼진 대전·부산저축銀 창구… 예금자들 "내 돈 어떻해"=업무가 완전히 정지된 은행 창구는 셔터가 내려진 채 텅 비어 있었다.
50대의 한 여성도 "혹시나 은행 직원들의 설명이나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와봤다"고 허탈해했다. 곧 이어 발길을 돌리는 그는 "맡긴 예금은 얼마 안 되지만 피 같은 돈인데"라며 분을 참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대전 중구에 위치한 본점의 상황은 더욱 아수라장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매장으로 몰려온 수백명의 고객들이 불안감을 참지 못한 채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이날 정상 출근한 직원들은 "5,000만원 이하 예금자보호법에 적용되는 고객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원금과 약정이자를 보상 받을 수 있다"며 고객 달래기에 진땀을 쏟았다.
영업정지 소식이 전해진 부산저축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 앞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500여명의 예금주들이 몰려들어 자리를 뜨지 못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이모(57)씨는 "연 5%의 고금리 예금상품이 있다고 해서 1억원이 넘는 전재산을 맡겼는데 예금의 절반은 날아가게 생겨 억장이 무너진다"며 "10년 가까이 길거리 장사를 해오다 수돗물 나오는 상가건물을 계약했는데 당장 계약금 마련이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계열 은행들에도 '뱅크런' 위기=이날 부산저축은행 계열 저축은행 5곳의 창구에는 각각 수백~수천명의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인출하느라 아비규환을 이뤘다.
중앙부산저축은행 논현동 본점에는 개점 직후부터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400여명을 넘어섰을 정도. 한 50대 여성 예금자는 "예금 만기가 안 됐지만 불안해서 찾으러 왔다"며 "다른 저축은행에도 돈을 넣어놨는데 대부분 찾아야 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전주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역시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특히 부산2저축은행 해운대지점에는 예금자 수천명이 몰렸다. 예금 인출을 원하는 사람들로 대기번호표 1,400여장이 순식간에 동났다.
◇추가 영업정지 저축은행은 어디=삼화저축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업계 1위인 부산저축은행도 주력 계열 은행들의 영업정지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추가적인 영업정지를 받을 곳이 어딘지에 대한 관심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단 금융위원회는 고객의 과도한 예금인출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가 부과되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05개 저축은행 중 94개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도기준인 5%를 초과해 대부분 저축은행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
나머지 11곳은 이미 영업정지를 당한 삼화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 저축은행, BIS비율 5% 미만 저축은행 5곳으로 분류된다. BIS비율이 5%에 미치지 못하는 저축은행은 보해·도민·우리·새누리·예쓰저축은행 등이다.
이 가운데 보해저축은행은 지난 8일 대주주 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외부자본 추가유치 노력을 지속하는 등 자체 경영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도민저축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위로부터 증자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요구 받았다. 우리저축은행과 새누리저축은행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으로 현재 관련 법규에 따라 오는 2013년 6월 말까지 적기시정 조치를 유예 받았다.
예쓰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100% 주식을 소유하고 있고 현재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