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묶어 인수하는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고 채권단이 동부제철에 대해 자율협약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그룹은 채권단이 동부 패키지 매각을 밀어붙이면서 시간을 끌어 상황이 악화된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룹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24일 채권단의 동부제철 자율협약 추진 방침에 대해 "채권단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잘 풀어가겠다"며 협조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동부그룹은 그동안 동부제철의 유상증자와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동부 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당진발전) 매각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당국과 채권단은 지난 4월 이뤄진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에 따른 유상증자 자금마련을 위해 동부화재 지분의 담보를 풀어주는 대신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동부는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은 채권단과 맺은 구조조정 약정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부그룹은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따로 매각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패키지로 묶어 팔아야 한다는 채권단의 방침에 밀려 양보했지만 결국 패키지 매각이 실패하면서 시간만 소비하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동부그룹은 채권단과 협의해 동부당진발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동부당진발전은 포스코가 이미 실사를 진행한 만큼 곧바로 공개매각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가 패키지 인수를 포기했지만 동부당진발전만큼은 탐을 낼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어서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포스코가 동양파워를 4,310억원에 사들였을 만큼 최근 에너지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며 "동부당진발전이 올해 말 착공이 가능한 만큼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역시 국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어 다음달 매각작업에 돌입하면 연내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동부 측은 기대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당진발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팔아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매각해 2015년까지 2조7,000억원을 마련한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3,000억원), 동부특수강(1,100억원), 동부당진항만(1,500억원)이 팔린 상태다. 하지만 채권단이 지난해 말 이후 기존 여신의 만기연장을 포함해 1조원 이상 지원한 데 비해 매각작업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이번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 추진도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라는 채권단의 압박인 셈이다. 동부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동부 패키지를 개별 및 공개입찰을 통해 최대한 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자구계획에 가시적인 성과가 이른 시일 내 나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