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미국 對 중국 최후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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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유독 풀 죽은 증시가 미국 그리고 중국이란 점이 흥미롭다. 2년째 게 걸음 장세를 보이고 있는 ‘자본시장 맹주’ 미국에, ‘최고의 경제성장국’ 중국은 8년래 주가지수가 최저 수준을 보이며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도 성장을 무색케 하는 중국 경제의 그늘진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중국 증시가 죽을 쑤고 있는 가장 직접적 이유는 시가 총액의 무려 3분의 2에 달하는 정부의 ‘비유통 주식’ 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거기에 펀더멘틀 대비 부풀려진 주가, 그리고 지난해 이후의 경기과열 억제정책, 지배구조 악화 및 증시 구조의 태생적 취약성 등이 추가적 요인들이다. 낙후된 은행업과 맞물린 증시의 이 같은 부진은 제조업 부문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 산업간 균형 성장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있다. 잘 나간다는 중국 경제 성장의 한계가 ‘자본 시장의 꽃’ 증시를 통해 극명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뒤 처진 금융산업 전반을 끌어 올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은행권 개혁과 동시에 외국인 자본을 적극 유치하는 등 단계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하나씩 실천해나가면서다.
얼마 전 아시안월스트릿저널은 중국 정부가 금융시스템 선진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며 전산 시스템과 인력 등 금융 기반을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개별 은행별로는 취약한 금융 시스템 개선을 위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책적 시도 가운데도 특히 금융인력 선진화는 눈에 띄는 부분이다. 선진금융기법을 배우는 인력은 미국내 유학생수 1위를 지키고 있는 대학과 대학원 유학생들뿐 만이 아니다. 인민은행은 해마다 뉴욕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규모 연수단을 파견하고 홍콩에도 지난해에만 800여명의 관리를 보내 금융연수를 실시했다.
그밖의 금융당국과 기관들도 매년 수천여명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교육 프로그램과 세미나에 파견해 첨단 금융정책과 금융위기 대처 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에도 외국 전문가들을 고용하거나 초빙,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 받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전을 끌고 나갈 전위대 양성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조업 못지 않게 중국 금융산업의 미래 발전성을 만만히 볼 수 없는 건 인력이외도 여러 면에 걸쳐 있다. 금융업 발전의 절대 필요 요건인 자본 및 시스템면에서 가진 엄청난 잠재력 때문이다. 자본의 경우 특히 눈 여겨 봐야 할 것이 수조 달러를 금고 속에 넣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교 자본이다. 이들 돈이 미 월가의 유대계 자금처럼 시스템 속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경우 세계 자본주의 체계는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금융질서를 쥐락펴락하는 미 월가와 재무부의 이른바 ‘W-T체제’에 버금가는 ‘상하이-중 재무부‘ 체제가 탄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 금융권 변화는 당장 증권시장부터 찾아올 조짐이다. 중국 A 증시가 전면 자유화되고 MSCI 지수에 편입될 경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전문가중에는 외국인 주식투자 측면에서 조만간 중국과 한국의 위치가 역전될 가능성을 말하는 이가 있으며 증시 규모도 2010년을 넘어서며 세계 3위 권에 들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통화에서도 중국은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위안화를 달러화에 맞서는 세계 통화로서 키워나간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세계 지배를 둘러싼 미-중간 패권 대결도 결국은 금융 헤게모니에서 최종적으로는 결판이 날 확률이 높다. 진짜 승부처는 바로 금융 산업이고 그걸 중국 정부가 깊게 인식하는 듯 하다.
입력시간 : 2005/10/25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