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强 경쟁력강화 기회로!] 1. 원高, 거스를수 없는 대세

'환위험' 기업 스스로 대비해야'원고(高)라는 파도를 극복할 것이냐, 아니면 휩쓸려갈 것이냐.' 미국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된 엔화강세와 그에 따른 원화강세로 한국경제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아우성들이다. 수출업체들은 앉아서 하루에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환차손을 입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아우성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국제화ㆍ개방화 시대에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손을 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정부는 외평채를 발행해 원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립 서비스'일 뿐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가 하루에만 25억달러 정도인데 1억달러 남짓 푼다고 해서 환율이 안정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규모가 커졌다. 때문에 원화강세에 순응해야 하고 이를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국력을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원화강세를 잘만 활용한다면 한국경제의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10일 원화환율은 이틀간의 급락세를 멈추고 달러당 1,180원선을 오락가락 유지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이던 지난 97년 12월11일 수준이다. 그해 8월까지 900원대 초반을 유지하던 환율은 동남아 외환위기가 한국에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급등했다. 한국경제는 말 그대로 풍전등화였다. 그러나 당시의 환율은 지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직전보다 못하지 않다면 환율의 추가상승은 불가피하다. 골드만삭스ㆍHSBC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원화환율이 연말쯤이면 1,100원대 초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은행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국 경제와 투자자들이 빠져 나가고 있는 미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원고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제 원화절상을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원화강세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경제도 도약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 여기에는 스스로 환위험에 대응한다는 각 경제주체들의 인식이 필요하다. 원화절상에 대한 대응 방안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기업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환율은 움직이는 변수"라며 "중소기업도 스스로 환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외환정책에만 기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하라는 주문이다. 대표적인 수출업체로 환율급등에 실적이 좌우되는 기아자동차는 원고에도 최근 톡톡히 재미를 봤다. 선물환을 미리 매입했기 때문이다. 환리스크 헤징(hedging)에는 환보험이나 선물환 매입, 옵션 등 다양한 기법이 있다. 은행이나 수출보험공사에서 취급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고 대상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대신 유로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둘째,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라는 것이다. 김원태 금융통화위원은 "기업입장에서는 더 이상 가격경쟁력에 매달리기보다는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걸친 엔화 급등기에 일본기업들이 품질향상으로 경쟁력을 키웠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당시 일본기업들은 달러당 160엔이던 환율이 140엔대로 떨어지자 '120엔이면 열도침몰'이라고 엄살을 피웠으나 79엔까지 하락할 때까지도 버텨냈다. 고통스런 구조조정이 수반됐음은 물론이다. 일본기업의 이런 저력은 10년 불황을 견디는 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다. 단기대응보다 장기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정책대응이 요구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원화강세는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달러화 일변도의 자본운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통화로 자본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다"고 지적했다. 중국ㆍ일본 등과 통화협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최 연구위원은 "원화강세를 지역 협력체제를 굳히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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