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술권하지 않는 사회

술자리 회식 대신 봉사활동 부쩍 늘어<br>절주문화 확산…주류소비 2년째 줄어


생활가전업체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후11시 이후 법인카드로 술값을 치를 경우 부서 회식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했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회사에도 득이 된다는 판단에서 내린 일종의 '절주(節酒)령' 캠페인인 셈이다. 지난해 종무식도 회식자리 대신 팀별 합창대회로 대신했으며 부서별 망년회도 3년 전부터는 보통 1차로 끝내고 있다. 이 회사 직원 강윤구씨는 "일부는 좀 아쉬워하지만 회사·가정을 위해서라는 생각에 절주 분위기에 동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술 소비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술 마시는 인구, 술 권하는 풍조가 줄어들면서 통계상 주류판매의 위축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조금씩 상승곡선을 탔던 국내 술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2년 연속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술 소비량의 90%를 넘는 맥주와 소주의 지난해 11월 누적 내수량(수출물량과 국내 수입주류 제외)은 총 266만7,326㎘로 2009년 같은 기간(269만9,326㎘)보다 1.2% 줄었다. 11월까지 맥주는 161만㎘로 1.3%, 소주는 105만㎘로 1% 정도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내수량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송년회 등 연말에 몰리는 주류 소비량이 전년을 크게 뛰어넘는 증가폭을 기록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2009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한 해 맥주 및 소주 내수량은 290만㎘로 전년 대비 4.9% 줄었다. 이같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난해 궂은 날씨로 맥주·소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게 꼽힌다. 연초 폭설·한파에다 봄철 잦은 비까지 겹쳐 1~5월 맥주의 월 내수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고 소주도 4~9월 6개월 동안 월평균 5% 이상씩 줄어들었다. 주류 업계에서는 기상이변 외에도 수입맥주·와인의 소비증가와 국내 주류시장이 지난 1995~2009년 연평균 2.1% 성장해 이미 성숙단계에 있는 점, 술 마시는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통계학적 이유 등을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만 19세 이상 인구(약 3,500만명)는 정체상태인 데 반해 급속한 고령화와 절주 풍조로 실제 술 마시는 인구는 줄고 있다. 류기목 한국주류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 음주 인구의 연평균 순알코올 소비량은 2007년 기준 약 9리터로 세계 20위권 내 국가들과 비교해 아주 높지는 않다"며 "알코올 소비량의 변화가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인구정체가 술 소비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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