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가족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진로걱정, 취업고민, 고된 직장생활, 부진한 매상 등 먹고사는 문제로 고향 가는 발걸음이 선뜻 내딛어지지 않을 법도 한데 설 귀향 차표를 구하기 위한 전쟁은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올 설 연휴는 주말과 겹치며 어느 때보다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등바등 귀향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삶의 춥고 고단함을 가족의 따뜻함으로 녹여내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힐링(healingㆍ치유)'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책ㆍ음악ㆍ그림ㆍ음식ㆍ스포츠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우리는 지치고 힘든 일상의 삶을 다독이고 치유해가고 있다.


필자는 오늘 그 힐링의 최우선에 '가족'을 올려놓고자 한다. 가족은 늘 사무치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언제나 내 허물과 상처를 넉넉한 마음으로 감싸 안아줄 포근함이 기다리는 곳이다. 한겨울 어머니께서 화롯불 위에 올려주신 투박한 뚝배기 속 된장찌개를 서로 뜨느라 부딪히는 숟가락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아버지께서 꺼내 주신 군불 속 고구마를 먹느라 얼굴에 묻은 숯검댕이를 서로 보며 깔깔대진 못해도 기억하면 늘 입가에 미소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관련기사



그런데 어느샌가 아픈 가족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개인주의 확산, 고령화 현상, 이혼율증가 등 사회구조적 문제로 불과 10년 사이 1인 가구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함께 있어서 가장 행복해야 할 이들이 서로를 떠나고 떠나 보내며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나처럼 아파하고 기뻐하고 안아주는 마음이 지켜지도록 울타리를 단단히 동여맬 끈을 마련해야 한다. 가정 붕괴로 파생되는 사회적 비용만도 연간 13조원을 넘어선다. 비단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다.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건강해야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설날 아침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가족들 모두 둘러앉아 떡국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미풍양속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온 가족이 일 년에 한두 번 모이기도 힘든 요즘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가족구성원 서로에게 그동안 들려주고 싶었던 마음의 소리를 전하고 이해하고 다시 그 마음을 보듬어 주는 참된 힐링이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