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 장관들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재신임은 우선 기존 대북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펼쳐왔으며 개성공단 폐쇄와 북한의 3차 핵실험 정국 등에 무난히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높았던 만큼 대북정책만큼은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반도를 둘러싼 급박한 정세 변화도 유임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북한과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위한 협상 계획을 밝힌 후 대북 압박 공조는 나날이 헐거워지고 있다. 반면 중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미일 동맹과 대립하는 구도를 연출하고 미국은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을 재촉하는 등 한국 외교의 어려움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다.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이 대폭 바뀐 상황에서 외교통일 장관을 교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NSC 상임위원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8명이며 이 중 김규현 NSC 제1차장을 비롯한 절반은 올해 임명된 인물이다. 특히 최근 보름 사이에 NSC 실장,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을 모두 물갈이한 상황에서 상임위원의 추가교체를 감행하기는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일 장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도 유임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올빼미형 인간'으로 알려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성실한 태도 때문에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경우 경제 관련 부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경제혁신3개년계획' 문안 작성에 참여하는 등 박 대통령의 호출이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非)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개각설이 끊임없이 돌았던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자리를 지켰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해수부가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인데다 본인 스스로도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온 만큼 교체가 유력시됐다. 그러나 사고 이후 지금까지 진도 현장에서 유족들 곁을 지키며 수습에 정성을 쏟는 모습이 알려지며 이 장관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됐고 취임한 지 몇 달 안 된 이 장관이 교체될 경우 업무공백이 길어진다는 점에서 유임됐다.
윤상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 경제팀 전반에 대한 인적쇄신 흐름 속에 교체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공기업개혁 및 규제개혁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