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소설가)아시안게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한국팀의 금메달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아침신문을 펼쳐들 때마다 그메달의 개수와 한국의 순위를 확인해보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그 금메달들에 얽힌 뒷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눈물 젖은 고기」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던 역도선수들의 이야기는 금메달에 얽힌 비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부분이 있다. IMF 이후 역도선수단에게 지급되는 정부보조금이 제한되어서, 확실한 금메달 후보가 아닌 한은 먹고 싶은 고기를 양껏 먹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확실한 금메달 후보는 두 사람으로 제한되었고 이 두 사람에게만 저녁마다 따로 고깃집에 가서 1인당 4인분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식대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금메달 후보가 아닌 선수들은 매일 저녁 한 사람당 4인분씩이나 먹어야만 기본체력이 유지될 수 있는 고기를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는 소리다.
이 고깃값이 한달에 2백만원 가량이나 된다고하니 자비로 고깃값을 충당한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터이다. 다른 선수들은 젖혀두고 단 둘이 따로 앉아 먹은 고기가 먹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일은 아니었을 터이고 고기 냄새를 풀풀 풍기고 들어오는 그 두 선수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을 다른 선수들에게도 역시 비참한 일이었을 것이다. 「눈물 젖은 고기」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그렇게 많은 고기를 먹은 두 사람이 모두 금메달을 땄는가와 고기를 먹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메달을 따지 못했는가는,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IMF의 철퇴를 맞은 것은 스포츠계 역시 예외랄 수 없는 일이었고, 그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푸대접은 이미 익히 알려져왔던 일이었다.
멀쩡하던 팀이 해체되고 지원이 끊기고 소속회사가 공중분해되기도 했다. 평생을 운동만 해왔던 그들이 하루 아침에 변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충격과 고통이 어땠을까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만한 일이다.
IMF 라는 충격적인 단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 고작 1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어느새, IMF의 위기는 이제 다 끝났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해가고 있는 것 같다. 속사정이야 어떻든간에 희망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히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희망들 사이에서도 잊지 말아야할 것들이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고기조차 먹지 못한 채 금메달을 들어올리고 있을 때, 그 쇳덩이는 얼마나 무거웠을까. 진실된 희망은, 그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리던 순간에도「포기할 수 없었던 그 무엇」과 같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거품처럼 솟아올랐다가 거품처럼 스러지고 또다시 거품처럼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악물고 쇳덩이를 들어올리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을 때, 역도선수의 금메달처럼 우리 경제도 거품없는 승리를 이루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