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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투입된 '슈퍼 탤런트' 손흥민(함부르크)이 한국 축구를 구해냈다.
한국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카타르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 A조 5차전 홈 경기에서 2대1로 이겼다. 1대1 무승부로 끝나는 듯했으나 후반 추가 시간, 그것도 주심이 휘슬을 울리기 직전에 손흥민이 결승골을 밀어넣었다. 평가전을 포함해 A매치 3연패로 입지가 불안했던 최강희 감독에게 웃음을 되찾아준 골이자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앞당기는 드라마틱한 골이었다.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3승1무1패(승점 10)가 돼 우즈베키스탄(2승2무1패ㆍ승점 8)에 앞서 A조 1위로 올라섰다. 월드컵 본선에는 조 1ㆍ2위가 직행하며 남은 최종 예선 경기는 세 경기뿐이다. 한국은 6월 한 달간 레바논 원정과 우즈베키스탄ㆍ이란과의 홈 경기를 치른다.
최근 A매치 네 경기 성적이 1무3패여서 분위기가 무거웠던 대표팀은 이날도 답답한 경기를 계속했다. 196㎝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이 원 톱으로 나서고 이근호(상주)가 처진 스트라이커, 좌우 날개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볼턴)이 섰지만 측면 돌파와 김신욱의 높이를 이용하는 단조로운 패턴으로 후반 초반까지 카타르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전혀 뚫지 못했다. 그나마 후반 15분 이근호가 박원재의 크로스를 백헤딩 식으로 골로 연결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시종일관 부지런히 공격 진영을 누비던 이근호는 이날 선제골로 '중동 킬러'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이근호는 지난해 6월 카타르와의 최종 예선 1차전 원정에서 두 골을 뽑는 등 A매치 16골 중 13골을 중동 국가를 상대로 작성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수비 집중력 부족을 노출하며 3분 만에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페널티 지역 부근으로 치고 들어오는 칼판 이브라힘을 수비수들이 뒷걸음질치며 바라만 보다가 골문을 훤히 비워줬다. 이후 대표팀의 공세가 카타르의 육탄 수비에 번번이 막히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더욱이 카타르는 넘어지면 일어나지 않고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 축구'로 대응하고 있었다.
3만7,000여 홈 관중의 응원도 시들해질 때쯤 손흥민의 '행운의 골'이 터져나왔다. 이동국(전북)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빗맞아 크로스바를 때렸고 굴절된 공이 골문 바로 앞 손흥민의 발에 떨어졌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손흥민은 힘들이지 않고 굴려 넣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올 시즌 9골을 넣으며 유럽 이적시장의 집중 타깃으로까지 지목되면서도 대표팀에서는 활약이 미미했던 손흥민은 이 한 골로 당당히 어깨를 펴게 됐다. A매치 13경기째에 나온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었다.
한편 일본은 이날 같은 조의 호주가 오만전에서 2대2 무승부에 그치면서 자동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4승1무(승점 13)인 일본은 남은 세 경기와 관계없이 B조에서 최소 2위를 확보,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