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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발달하면서 기대수명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80~9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20~30년 이후에는 100세 이상 노년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재테크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오래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자금 운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한 개인이 성장하고 성인이 돼 직장을 갖고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 자식을 낳고 키우고 은퇴하기까지 생애 주기별 투자설계를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생의 국면별로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투자포트폴리오 대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투자설계 전문가들과 함께 생애주기별 투자노하우를 알아봤다.
◇미래소비 염두 둔 구체 계획 세워야= 보통 직장인이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시기는 사회생활 시작 후 자녀의 대학입학과 결혼 전까지 약 25~30년간이다. 이 기간에 미래소득원을 최대한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현재 소비보다는 미래 소비를 염두에 둔 체계적 플랜이 필요하다.
특히 생애주기별로 목돈이 필요한 시기를 대비해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세우고 이에 따른 투자계획을 짜야 하는데 보통 본인의 결혼, 주택 구입, 자녀 대학입학, 자녀의 결혼, 은퇴 등에 목돈이 필요하다.
재무목표를 세울 때는 각각의 목돈 지출 내역에 따라 구체적인 지출금액과 투자기간, 저축액 등을 정해야 한다. 가령 '3년 후 주택구입에 총 1억원이 필요하므로 매월 200만원씩 연 10%의 수익이 기대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생애주기별 투자 설계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자금은 어느 정도 이상 규모가 되면 복리효과로 빠르게 불어난다. 무일푼인 사람이 매월 100만원씩 연 10% 수익률로 투자한다면 1억원을 모으는데 6년이 걸리지만 추가로 1억원을 모으는데는 3.7년이면 충분하다.
젊을 때 부지런히 종자돈을 만들고 나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미래 소득이 줄어드는데 대비해야 한다. 자산을 불리기 위해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했다가 손실이 나게 되면 원금을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은퇴시기가 다가올수록 자산 증식보다는 현금흐름 발생에 중점을 둬야 한다. 또 은퇴 직전에는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거나 부동산은 월 소득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한다.
자신만의 재무목표와 투자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면 6개월~1년에 한번씩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투자상품과 각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이때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적정하게 조정하고 단기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현금화하거나 단기금융 상품으로 옮겨둔다. 또 중복투자 돼 있거나 성과가 부진한 상품들을 점검하고 환매여부를 결정한다.
◇연령대별 적정 금융자산 비중은 얼마=우리나라 국민들은 투자자산 내 부동산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은퇴생활비 마련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연령별로 적정한 금융자산 비중은 얼마일까.
가장 쉬운 방법은 100에서 본인 나이를 뺀 만큼 금융자산에 투자하되 생애주기와 주택마련 시기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특히 2~3년 내 단기 목표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10년 이상 장기 재무목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이 가능한 투자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혼을 앞두고 결혼자금을 주식형펀드에 투자한다거나 10년 뒤 은퇴자금을 저금리의 예ㆍ적금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은퇴소득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매월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망하지만 공실이나 유지관리상의 문제로 현금흐름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존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좋지 않다.
◇은퇴 후 필요자금은 현 소득의 70% 이상= 은퇴 후에도 은퇴전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보통 은퇴 직전 소득의 약 70% 이상이 필요하다.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284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가치로 70%인 200만원은 필요한 셈이다. 연 평균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할 경우 이 돈의 20년 후 미래가치는 약 360만원이다. 물론 은퇴 후 해외여행 등 취미생활을 즐기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아직 은퇴기간이 많이 남아 필요한 은퇴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에는 통계청이 집계하는 '도시가계조사'의 평균생활비를 참고하고,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연간지출표를 작성해 은퇴 후 지출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전체 자산 중에 은퇴 후 소득원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을 현재자산과 미래자산으로 나누어 은퇴 전에 준비할 수 있는 자산여력도 파악해야 한다. 현재자산은 지금까지 저축한 금융자산, 처분하여 은퇴자금으로 사용할 부동산자산, 현재까지 쌓인 퇴직금 등이다. 미래자산은 향후 저축 가능한 자산, 앞으로 쌓일 퇴직금, 국민연금 등이다. 이때 현재자산에 포함해선 안 될 것들은 비상예비자금이나 자녀의 교육ㆍ결혼 등 다른 목적으로 쓸 예정인 자산들이다.
▦조언을 주신 분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조정익 KDB대우증권 PB컨설팅부 투자컨설팅팀장, 권영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차장,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