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3국 미스터리 단편 묶은 '쓰리'한국ㆍ홍콩ㆍ태국 3개국. '반칙왕'의 김지운, '첨밀밀'의 진가신, '잔다라'의 논지 니미부트르 3인의 감독.
'쓰리'는 '공포'와 '미스터리'를 키워드로 만든 40여분 단편 3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김지운감독의 '메모리즈', 태국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휠(Wheel)', 홍콩 진가신 감독의 '고잉 홈'.
세편 모두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저주와 인과응보, 윤회사상 등 일관되게 흐르는 아시아 특유의 주제의식이 엿보이면서도 그것을 풀어내는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세 감독의 스타일과 각국 문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메모리즈'는 아직 개발이 진행중인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남편(정보석)은 아내가 떠난 뒤 집안에서 헛것을 보며 괴로워한다. 길에 쓰러져 있다 깨어난 여자(김혜수)는 기억상실증에 걸려있다. 주머니 속에 든 세탁소 전표 한장을 기억의 실마리 삼아 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어진 태국영화 '휠'은 태국의 전통 인형극을 소재로 한 만큼 세편 가운데 자국의 문화적 색채가 가장 짙게 배어 있다. 태국 전통 인형극을 전수 받던 간은 스승과 스승의 가족이 의문의 죽임을 당한 뒤 인형의 저주를 떠올리고 스승의 친척인 통에게 끊임없이 경고한다.
하지만 통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인형극을 계속하면서 돈을 벌려고 한다. 이후 통과 통의 가족, 그리고 간에게도 비극이 닥쳐온다. 되풀이되는 인형의 저주를 통해 불교의 인과응보 세계관을 불어넣으려 했지만, 태국의 '전설의 고향'격이다.
아이디어와 영상이 세편 중 가장 돋보이는 '고잉홈'은 '첨밀밀'등 멜로쪽에서 재능을 보여왔던 진가신감독 특유의 멜로에 미스터리를 혼합시켜 독특함을 선사한다.
아들과 단 둘이 폐허가 된 아파트로 이사온 경찰 천(증지위). 어느날 아들이 갑자기 실종되자 유일한 이웃인 한의사(여명)를 유괴범으로 의심, 그의 집에 잠입한다. 천은 3년전 암으로 숨진 아내의 시체를 집안에 두고 갖은 약재를 구해다 시체를 보존하며 아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호러, 코미디, 멜로드라마라는 세 장르가 함축돼 이 한편을 아예 떼내 장편으로 했어도 무리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23일 개봉.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