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토종 vs 해외 SPA 강남대전

2030 고정고객 확보되고<br>국내 패션트렌드 확인 빨라<br>강남대로 상권에 매장 몰려<br>미쏘·탑텐 등 토종 브랜드-유니클로·자라와 한판승부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일대에서 토종 SPA(제조ㆍ유통일괄화의류) 브랜드와 해외 SPA의 한판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거대 자본과 전세계적 네트워크로 무장한 해외 SPA 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에잇세컨즈와 미쏘, 탑텐 등 한국에서 출발한 SPA 브랜드들이 강남역 상권을 무대로 택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말께 이랜드의 토종 SPA 브랜드인 미쏘와 행텐코리아에서만든 에이치커넥트가 강남대로에서 펼쳐지는 SPA 전쟁에 발을 들여놓을 예정이다.


지난 2010년 강남대로에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은 물론 매출면에서도 월 평균 8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둔 미쏘는 오는 19일 리뉴얼 오픈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불황기를 맞아 더욱 치열해진 SPA브랜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에서다. 미쏘 측은 그간 1, 2층만 사용하던 매장을 3층까지 넓히고 내의, 잡화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번에 리뉴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남대로 상권에 첫 도전장을 낸 에이치커넥트는 정식 매장을 열기 전인 지난 1월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남역에 가상현실을 활용한 버추얼 스토어를 만들고 브랜드 알리기에 힘을 쏟았다. 앞서 에이치커넥트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중국, 싱가포르 등 4개국에 동시 론칭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쏘와 에이치커넥트 사이에는 지난 3월 SPA로 전환한 후아유 매장이 자리해 있다. 10년 가까이 강남역을 지켜온 후아유는 터줏대감이라고 불릴 정도다.


미쏘와 후아유, 에이치커넥트 등 국내 3개 SPA 매장이 모여있는 블럭을 지나면 신논현역 방향으로는 자라, 강남역 방향으로는 마시모두띠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두 브랜드 모두 전세계적인 SPA 열풍을 국내에 상륙시킨 스페인 인디텍스 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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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모두띠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몇 발자국만 이동하면 화려한 꽃나무 장식이 반기는 토종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매장이 나온다. 한때 강남역의 메카였던 뉴욕제과 자리에 들어선 에잇세컨즈 매장은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매장 1층을 외부와 연결되도록 터놓고 정원처럼 꾸몄다.

건너편 강남역 대로변에도 SPA브랜드들이 톡톡 튀는 매장 디스플레이로 눈길을 붙잡는다.

강남역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탑텐 매장이 있다. 신성통상이 전개하는 탑텐은 기존 지오지아 매장의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강남대로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탑텐은 롯데시네마를 사이에 두고 유니클로와 마주하고 있어 토종 vs 해외 SPA 브랜드의 치열한 자리다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국내외 SPA 브랜드들이 약속이나 한 듯 강남대로를 두고 마주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신속한 시장반응이 생명인 SPA의 특성상 매장 위치에 따라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확산시키는 것이 브랜드 명운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해외 SPA에 비해 후발주자인 토종 SPA들이 반격에 나서기 위해 국내 패션 트렌드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강남역 일대에 몰리는 상황이 됐다는 것.

이는 명동과 달리 강남역 상권이 유동인구는 물론이고 20~30대 고정고객이 충분히 확보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쏘 관계자는 "명동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 등 뜨내기 고객이 많은 반면 강남역은 인근 직장인을 포함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고정고객이 많다"며 "국내 트렌드를 읽기 제일 쉬운 곳이라는 점도 매장위치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는 데 거부감이 적은 젊은층이 많다는 점도 강남역이 SPA 브랜드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로 꼽힌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SPA는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원하면서도 지갑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20대와 잘 맞는다"며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면 강남역은 (매장을 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인 동시에 랜드마크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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