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속앓이 깊어지는 우리은행

자회사 팔아 시너지 어렵고 연내 민영화조차 성사 안돼

지방 금융지주들이 인수합병(M&A)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반면 증권·보험 등 자회사를 모두 팔아버린 우리은행은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금융복합점포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으로 금융시장 흐름이 급변하고 있지만 은행 혼자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고 믿었던 연내 민영화조차 불발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차 민영화 추진 당시 금융당국의 계열사 분리매각 방침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경남은행·광주은행 등을 경쟁사에 팔았다.


계열사 매각이 추진됐던 이유는 계열사를 포함한 우리은행의 덩치가 너무 커서 일괄 민영화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 당시 우리은행 고위층에서는 "증권사를 따로 떼어 팔면 우리은행은 대형 금융지주와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반발도 나왔지만 민영화 원칙에 모든 것이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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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적으로 4차 민영화는 실패했고 아직까지 향후 매각 일정이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경쟁사였던 금융지주들은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며 우리은행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5,169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4% 신장률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신한금융(1조2,841억원)을 비롯해 KB금융(9,446억원), 하나금융(7,488억원)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비은행 업종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만의 '고군분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하기 힘든 형편이다. 시너지를 창출할 곳이 없어지면서 우리은행은 생존에 대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위기감만 가득해지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고객들의 관심이 증권과 펀드 등 자본시장으로 이동해 가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이나 증권사 등과 협업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삼성증권·키움투자자산운용 등과 협업체계를 만들고 있지만 금융지주 내 '한 식구'로서의 시너지 창출과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대형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우리은행이 양호한 실적을 내기는 했으나 대출 성장을 통한 이익창출은 한계가 있다"며 "빠른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은행은 새로운 수익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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