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여러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시련을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고 남들보다 '야무지게' 일해야겠습니다."
"주요 경쟁사들이 고전하는 상황에 비춰 '우리는 이만하면 참 잘하고 있는 거다'라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우리의 비교 대상은 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어야 합니다."
차석용(60·사진)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최근 사내 게시판에 올린 'CEO 메시지'를 통해 '야무지게 일하기'와 '자만심을 경계하자'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
지난 2007년부터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뜻에서 분기마다 'CEO 메시지'를 게재해온 차 부회장이 최근 언제든지 위기와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의 메시지를 띄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차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던진 데는 소비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유통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이어지고 엔저로 일본 현지 자회사의 성장세가 예년만 못하다는 점도 차 부회장의 고민으로 꼽힌다.
당초 LG생활건강은 올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4조4,800억 원, 영업이익은 20% 늘어난 5,34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내수 경기 부진과 유통업에 대한 정부규제가 발목을 잡아 8년만에 처음으로 연초 목표실적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이번 분기 'CEO 메시지'는 이전 분위기에서 180도 달라졌다.
지난 분기까지만 해도 차 부회장은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든지 '판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승리하려는 열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열망(aspiration)'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개인이나 회사 모두 막연하고 거창한 야망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에서는 야무지고 자만심을 경계하는 자세를 주문하는 동시에 '경영자로서 모두가 찬성하는 선택이 아니더라도 감수해볼 만한 위험이라면 꾸준히 도전해야 한다(정확성보다 지속성)', '목표 달성에 매진하다 보면 원칙과 기준을 망각할 수 있다(정도를 향한 시선)'는 내용을 담아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