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의 바로미터는 무엇일까.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와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막론하고 경제전문가들은 “수출을 보라”고 주문했다.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등 내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도 한국 경제 전망에서 “국내 경기흐름은 수출이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부진은 기업과 근로자의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경기 하강추세는 수출감소세가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내년 수출전망은 이미 잿빛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29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감소했다. 질적 측면에서도 지역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수출액이 급감했는데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나 감소한 것은 지난 2001년 12월 이후 7년여 만이다. 12월 들어서도 20일까지 수출실적은 153억9,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5% 줄며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가 워낙 고질적이어서 내년 수출도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 시작된 실물경제 침체가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으로 빠르게 번지자 한국은행은 내년 수출이 연간 기준으로 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내년 수출증가율 예상치는 -6.1%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전망치(3.2%)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금융연구원도 내년 우리나라 수출이 4,000억달러에 못 미치는 3,967억달러에 머물며 올해보다 6.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정부는 수출증가율이 0% 내외로 다소나마 선방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개도국 성장세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원화 환율이 크게 절하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점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률이 내년 수출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은 11월에 32.9% 급감해 우울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의 절반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으로의 수출이고 4분의1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의 수출, 나머지 4분의1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화되는 수출로 선진국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국의 수출길도 막혔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중국이 7~8%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세도 줄어들어 경기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경제가 경착륙해 5%대 성장에 머문다면 수출감소폭은 두자릿수까지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경기 침체로 인해 수출이 워낙 안 좋아 상반기 경기가 바닥을 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주훈 한국개발원 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제 효과를 거둬 소득과 소비 확대 등 수요 부양에 이른다면 수출 경기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