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들 '국영화 공포'
주가 폭락속 BoA등 예금인출 가능성에 초긴장도드 상원위원장 "불가피" 발언백악관·재무부 "그럴 방침 없다"
뉴욕=권구찬 특파원 chans@sec.co.kr
월가 은행들이 국영화 공포에 짓눌려 있다.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부실 은행의 국영화 단행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대형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뱅크런(예금인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재무부는 막대한 재원이 드는데다 민간 자본 유치가 어렵고 은행 경영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국영화를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지난 1990년대 스웨덴식의 국영화 모델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스웨덴은 1990년대 금융위기에 직면하자 부실 은행을 국영화, 부실 자산을 털어낸 다음 민영화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20일 은행주 폭락은 재무 건전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예금 이탈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며 "고객의 예금이탈로 정부가 국영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영화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은 예금 이탈 가능성에 초비상이 걸렸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재무부가 지난주 알맹이가 빠진 채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후속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월가의 위기는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 은행의 국영화는 부시 행정부와 달리 신속한 시장개입을 천명해온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꾸준히 제시돼왔던 사안으로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10일 재무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3,500억달러에 이르는 제2차 구제금융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국영화 불가피론은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 상원 금융위원회의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은 20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BoA와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들은 75년 만의 최악의 경기침체를 넘기기 위해 초단기간 국영화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국영화 시나리오에 불을 지폈다. 도드 위원장은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BoA의 국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월가의 충격은 컸다. 앞서 17일 시장주의자인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조차 "금융시스템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은행을 일시적으로 국영화하는 방안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며 국영화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도드 위원장의 발언으로 뉴욕증시가 금융주 중심으로 폭락하자 백악관이 국영화 반대입장을 밝히고 해당 은행들이 "신규 자금지원은 필요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월가의 공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날 씨티그룹의 주가는 22% 폭락했고 BoA 주가는 36% 폭락했다가 백악관의 국영화 방침 부인 이후 낙폭을 가까스로 축소, 3.6% 하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지수 역시 한때 12년래 최저치까지 밀렸다가 전날보다 100.28포인트(1.3%) 하락한 7,365.67포인트에 마감했다. 이는 기술주 거품이 붕괴됐던 2002년 10월9월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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