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네바·對美통상라인 주축…외부수혈도 많아 '다국적군'

[한국의 新人脈] <3부> 관료사회를 파헤친다 6. 협상의 산실, 통상교섭본부<br>제네바인맥, WTO등 다자외교 중심 줄기로… 김종훈·안호영 등 핵심인물 대부분 거쳐<br>이태식·김원경 등 '미국통'으로 맹활약… FTA추진 이후엔 김현종 등 외부영입도



'통상'은 협상의 기술인 만큼 사람과의 관계로 이뤄진다. 다만 지극히 '보수적'인 정통외교부 사람들과 달리 자유분망한 사고를 지닌 '리버럴(Liberal)함'이 특징이다. 외부에서 수혈된 인재들도 많아 '다국적군'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다른 관료 집단처럼 지역ㆍ학교로 이어지는 인맥보다는 담당 영역이나 능력에 따라 출세가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입신을 좌우하는 코스는 분명 있다. 이른바 '제네바 인맥'과 대미 통상 라인이 그것인데 통상교섭본부의 인맥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제네바 인맥=한국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불리는 통상교섭본부는 지난 1998년 외무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통상산업부(현 지식경제부) 등에서 통상 분야 업무와 인력을 통합해 탄생된 조직이다. 지금의 통상교섭본부는 개중에서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동했던 '제네바 인맥'이 가장 큰 줄기를 이룬다. 제네바가 세계무역기구(WTO) 등 각종 국제기구가 즐비한 다자 외교의 중심 무대인 까닭이다. 김종훈(외시 8회) 통상교섭본부장, 안호영(11회) 통상교섭조정관, 최석영(13회)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 안총기(16회) 지역통상국장, 이태호(16회) FTA정책국장, 김기환(17회) 다자통상국장 등 현 통상교섭본부 국장급 이상 등 대다수가 제네바 인맥의 줄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과장급에서도 김희상 FTA협상총괄과장, 김영재 세계무역기구과장, 이미연 다자통상협력과장 등 핵심 인물들이 제네바를 거쳤다. 양자 외교의 가장 큰 핵심은 미국이다. 제네바 인맥 중에서도 워싱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통상교섭본부의 트로이카인 김 본부장, 안 조정관, 최 대표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다자는 제네바, 양자는 미국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교섭본부 간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를 겸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네바ㆍ워싱턴 외에 많이 찾는 곳은 유럽연합(EU) 대표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이다. FTA교섭대표를 역임한 이혜민(14회) 필리핀 대사와 최종현(15회)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워싱턴과 브뤼셀에서 근무했다. 최근 수석대표로 성공적으로 한ㆍ페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시킨 김해용(17회) FTA교섭국장은 제네바ㆍ워싱턴ㆍ브뤼셀 3곳 모두 경험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미 통상의 달인=통상에 있어 대미 인맥은 절대적이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거니와 경제적으로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큰 탓이다. 우리와 경제ㆍ정치적으로 밀접한 미국과의 FTA 협상에 있어 '미국통'들의 활약상은 절대적이다. 국내 관료 중 미국 전문가들은 북미유럽연합통상과를 거쳐 미국으로 파견ㆍ연수를 다녀온 케이스가 많다. 최석영 대표는 주미대사관 경제공사를 맡으며 한미 FTA 추가 협상, 쇠고기 협상 등에 참여했다. 현재 워싱턴에 경제참사관으로 나가 있는 김원경 과장과 김진욱 과장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핵심 실무자다. 김원경 과장은 외교부 출신 미국변호사 1호로 대미통상의 달인으로 불린다. 협상 당시 참여했던 멤버 중 조태열(13회) 주스페인 한국대사는 주미 경제참사관, 북미 구주통상담당 심의관 등을 거친 미국과의 양자 협상통이다. 정통부 특채로 공직사회와 연을 맺어 외교부에서 통상전문가로 활약한 남영숙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FTA 협상 당시 통신서비스ㆍ전자상거래분과장을 맡았다. ◇외부 영입 인재도 많아=통상교섭본부는 초창기 다자교역 업무가 중심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 본격적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외부 전문가를 꾸준히 수혈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현종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 김 사장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WTO사무국 분쟁해결상소기국 법률자문관으로 활동한 뒤 특채로 통상교섭본부에 합류했다. 외부 수혈은 특히 FTA 분야에서 많이 이뤄진다. 2005년 FTA업무가 확대됨에 따라 FTA국(4개 과)이 신설되면서 타 부처로부터 많이 영입했다. 현재 FTA 관련 업무는 2국 6개과로 확대됐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관계자는 "도하개발어젠다(DDA)는 장기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FTA는 2~3년 안에 아웃풋이 나오기 때문에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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