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소녀가장이요? 저 스물셋이에요

■ S-OIL 대회 우승 변현민<br>중2 때 아버지 잃고 골프에 전념… 우승 후 고생한 엄마 생각에 펑펑<br>첫승 후 슬럼프에 컷 탈락만 9번… 다운스윙 때 힘 빼니 비거리 늘어

변현민

중2 때 아버지 잃고 골프에 전념… 우승 후 고생한 엄마 생각에 펑펑
첫승 후 슬럼프에 컷 탈락만 9번
유럽으로 건너가 남자선수와 훈련… 다운스윙 때 힘 빼니 비거리 늘어
요진건설 지원에 "평생 함께 할 것"


"소녀가장이요? 아… 저 그 말 진짜 싫어해요. 제가 나이가 몇인데요." 18일 전화 인터뷰한 변현민(23ㆍ요진건설)은 이렇게 웃어넘겼다.

하지만 변현민은 이틀 전만 해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을 거둔 후 "엄마가 생각나서 그렇다"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 2011년 7월에도 그렇게 울었던 변현민이다. 데뷔 이듬해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하면서였다. 당시 캐디로 나서 딸과 감격의 포옹을 나눈 어머니 김금실씨는 2년 뒤인 이번에는 그린 밖에서 장한 딸을 지켜봤다.


중학교 2학년 때 간경화로 아버지를 떠나 보낸 변현민은 삼수 끝에 1부 투어에 진출, 3년 만에 어머니에게 2승을 바쳤다. 그는 "언제나 상금은 엄마한테 다 드려왔다"며 "이번에는 상금 일부로 레고(장난감)를 살까 한다"며 아이처럼 웃었다. "저번에 나온 해리포터 시리즈를 못 샀는데 벌써 스파이더맨 시리즈까지 나왔더라고요." 10년 전 남편을 잃은 어머니 김씨는 억척으로 두 딸을 키웠다. 변현민보다 네 살 위인 언니는 상담 전문 사회복지사로 중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2011시즌 첫 승 뒤 지난 시즌 9차례나 컷 탈락, 슬럼프에 허덕인 변현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모험을 감행했다. 스페인 무르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난 것. 인맥이 닿은데다 의외의 장소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갔더니 유럽 각국에서 온 남자 유러피언 투어 지망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여자는 변현민 혼자였다. "미남들 틈에서 눈이 호강했겠다"는 말에 변현민은 "어우"라며 생생한 감탄사를 던졌다.

호강한 것은 눈만이 아니었다. 전혀 낯선 환경과 부딪히고 나니 몸과 마음이 훌쩍 자라 있었다. 변현민은 "훈련 온 선수들을 대상으로 자체 대회가 많았다. 정식 대회 못지않은 분위기였는데 네 번 나가서 2위만 세 번했다"고 밝혔다. 다운스윙 때 손목이 일찍 풀리던 나쁜 습관도 스페인에서 고쳤다. 변현민은 "유럽 선수들을 보고 다운스윙 때 그립의 힘을 조금 빼는 법을 익혔더니 오히려 거리가 늘었다"고 했다. 평균 240야드 초반이던 변현민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올 시즌 255야드로 15야드나 늘었다.

지난 시즌 스폰서 없이 고생하던 변현민은 올 시즌 계약한 요진건설과 "평생을 같이 가고 싶다"고도 했다. 우승자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의리다. 변현민은 "골프단 전체가 가족 같다. 사실 (김)보경 언니가 우승했을 때 다음은 내 차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변현민에 바로 앞서 2주 연속 우승한 김보경도 요진건설 모자를 쓴다. 요진건설은 1억5,000만원 상당의 쉐보레 스타크래프트밴 차량까지 구입해 선수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대회 연습 라운드 뒤 소속 선수들을 밴에 태우고 회식을 통해 격려하는 식이다. 골프단의 3주 연속 우승 소식이 마침 자사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시점에 전해져 요진건설 측도 '싱글벙글'이다.

시즌 상금랭킹 6위(1억8,000만원)로 수직 상승한 변현민은 이번에도 자세를 낮췄다. "상금퀸요? 에이, 저 아직 부족해요. 퍼트도 더 다듬어야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힘닿는 데까지 달려가보는 거죠."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